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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공모펀드 돌파구는 없나

펀드 계속 가져갈지 고민이다. 이미 들어간 것도 빼는 판인데, 용돈 아껴서 넣느니 차라리 종목 단타를 하는 게 낫지”

최근 은행이 추천한 펀드에 가입한 40대 직장인의 푸념이다. 3년전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를 사면서 받은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탈까 하던 중에 가산금리를 낮춰 준다는 은행 직원의 소개로 펀드에 가입했다. 채권형 펀드라 예·적금보다는 수익이 날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매달 추가납입을 계속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최근 DLF(파생결합펀드)와 라임 사태로 펀드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부동산 개발과 같은 대형 사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시장으로 시중의 유동성 자금이 몰리면서 공모펀드의 침체는 더 도드라진다.

지난해 신규 설정된 펀드는 공모펀드가 2267개(19조6904억원), 사모펀드가 7907개(128조6838억원)로, 공모펀드는 사모펀드의 약 1/4에 불과했다. 당연히 이익배당금도 공모펀드는 3조5196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느는데 그친 반면, 사모펀드의 이익배당금은 18.7% 증가한 17조6577억원을 기록해 대조를 보였다.

최근 펀드 시장의 악재는 사모펀드에서 비롯됐지만 펀드 시장 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저하되면서 공모펀드의 ‘침체 터널’도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투자자들이 공모펀드를 외면하는데는 시장 대비 낮은 수익률이 작용하는 이유도 있지만, 지난해 은행권의 DLF 불완전 판매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데다 금융당국의 일부 판매금지 조치에 따라 시장 위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펀드 판매사들이 상대적으로 저위험의 장기 펀드보다 레버리지ETF(상장지수펀드)나 ELF(주가연계펀드), DLF(파생결합펀드) 등 고위험 단기 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만기가 5년, 10년 이상으로 긴 안정적인 장기 적립식 펀드에 비해 고위험 단기 펀드는 잦은 환매와 가입이 가능해 판매사들은 그만큼 여러 번 판매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투자업계도 올해 업계 최우선 과제로 투자자 신뢰 회복를 꼽았다. 나재철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9일 신년 간담회에서 “최근 불완전판매 등 다수의 투자자 피해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투자자 신뢰회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투자자 신뢰회복을 위해 협회는 자율규제의 기능과 역할이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신뢰 회복과 함께 규제 완화를 뼈대로 한 공모 펀드 활성화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투자협회 등 업계 의견을 수렴해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 방안 마련을 내놓을 예정이다. 세제 혜택을 제공하거나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시장 살리기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하지만, 차후에도 실효성 있는 활성화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공모펀드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외면은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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