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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박두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안전은 권한과 책임을 가진 자의 실천에서 시작된다

  • 기사입력 2020-01-1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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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의 원인이 무엇일까? 과체중일까, 가족력일까, 고혈압일까? 대답하기 힘들다. 이처럼 다양한 원인이 얽혀서 질병을 발생시키는 것을 사회역학에서는 ‘원인의 그물망’이라고 한다. 그물망은 우리 사회의 거대한 은유다. 산업안전도 여기서 비껴갈 수 없다. 산업이 복잡화·고도화 될수록 산업재해 원인의 그물망도 복잡해졌다. 하나의 안전사고에도 직·간접적인 원인이 얽혀있다. 플랫폼 노동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등장한 오늘날, 산업현장의 안전보건은 큰 파고를 맞고 있다.

분명한 것은 복잡해지는 도급구조 안에서 안전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졌다는 점이다. 위험이 하청의 하청으로 분절될수록 안전에 대한 책임 또한 파편화되고 흩어졌다. 하청 등 취약계층 노동자는 전체 공정에 내재한 위험 요인과 같은 온전한 현장 정보를 알기 힘들어졌다. 이들에게는 위험을 개선할 권한도 없다. 현장의 모든 정보와 권한을 가진 자가 안전을 소홀히 한다면 필연적으로 사고가 발생하게 된 구조가 됐다.

이에 온 사회가 응답했다. 원·하청 구조가 사망 원인으로 꼽혔던 고(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로 안전한 일터를 바라는 국민 목소리가 결집했고,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을 이뤄냈다.

오는 16일부터 시행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의 안전망 확대와 발주자 등 권한을 가진 자의 책임을 확실하게 규정했다. 또한 안전 사각지대를 메우고 취약계층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중점을 뒀다.

먼저 법의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했다. 택배원 등 특수형태노동자와 플랫폼 배달종사자가 행정력의 보호를 받게 했다. 이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자에게는 산재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와 교육 등을 실시하도록 했다.

아울러 산재예방 책임 주체를 대표이사, 건설공사 발주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로 확대했다. 기업 운영과 안전 투자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주체에게 안전보건 책임을 부여해 전사적 차원에서 산재예방 체계를 수립하고 재해예방 활동에 나서도록 했다.

또한 원청 사업주 등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했다. 안전보건 조치 책임 범위를 도급인 사업장 내 모든 장소와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위험장소로 확대했다. 하청 노동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가 대상이었던 도금 및 수은·납·카드뮴 작업의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중량비율 1% 이상의 황산·불화수소 등을 취급하는 설비에 대한 작업은 반드시 승인을 받게 했다.

이와 함께 벌칙 조항도 강화했다.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도급인에 대한 처벌 수준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하고 도급 시 산재예방 능력을 갖춘 적격 수급인을 선정하도록 했다.

이번 법령 개정을 통해 일하는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를 누릴 길이 열렸다. 정부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국민 안전을 핵심 국정 목표로 삼고, 산재 사망사고 감소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안전은 현장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현장의 각 주체가 안전은 모두가 지켜야 하는 책임이며, 누구나 누릴 기본 권리임을 인식해야 한다. 사업주는 실천하고, 노동자는 협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큰 줄기가 형성된다면 산재 사고사망자를 절반 이상 줄이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공단은 현장 중심의 체계적인 산재예방사업을 통해 모두의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자가 116명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고사망자 통계를 집계한 1999년 이후 가장 큰 감소 규모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산재예방을 위해 현장에서 노력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한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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