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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대 관광거점의 변신③] 남도 고을마다 자랑거리…예향 본색
힘 자랑 말라는 고흥, 글 자랑 말라는 장흥
썸남썸녀의 놀이터 여수, 저마다의 매력에
문화 예술 옷 입히고, 섬 연결 인프라 확충
광주는 AI 등 첨단산업-관광산업 동반 상승 추진

[헤럴드경제=함영훈 여행선임기자] 김일-유제두-박지성-나로호 우주선의 고향, 고흥에선 힘 자랑 말라. 순천에서는 중국 항저우, 동유럽 벨로루시 처럼 인물 자랑 말라고 했다.

목포-신안-완도에선 맛 자랑 말라. 여수에선 돈 자랑 말라 한다. 한 강의 맨부커상 에너지 근원이자, 이청준의 고향인 장흥에선 글 자랑도 말아야 한다.

목포 달리도 염전에서 바라본 유달산

광주에선 솜씨, 개인기, 예능감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민들 특유의 문화예술 감각이 도심 곳곳에 발현된다.

남도에는 생활경제, 솜씨, 예술, 기개, 정신문화 등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가 가득하다. ‘만약 호남이 없다면, 나라도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약무호남 시무국가)’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장계는 남도의 가치를 말해주는 독트린으로 오늘날까지 여전히 회자된다.

남도는 풍요로움 속에 꽃피었던 문화예술의 본향, 풍부한 해양자원과 곡창지대, 찬란한 문화유산을 지켜냈던 충무공의 구국정신과 40년전 정치군인들의 탐욕에 제동을 건 살신성인 민주항쟁이 빛나는 곳.

오래도록 호국와 민주주의의 고장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던 남도가 근년들어 각 지방자치단체의 특색있는 매력을 기반으로 문화, 관광, 예술 등 예향의 면모로 거듭나고 있다. 2020년엔 디지털기술이 접목되면서 세계적인 아트 시티의 면모를 갖춰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한때 시도되던 ‘남도 아트투어’ 프로그램이 본궤도에 오를 지 주목된다.

무등산 모노레일. 광주가 첨단산업경제와 예향 다운 관광 발전을 함께 추구하고 있다.

▶목포= 목포는 부산 오륙도까지 1463㎞에 달하는 남파랑길의 남서부 기점이다. 서울로 가는 국도1번, 부산으로 가는 국도2번의 출발점이 있는 곳엔 목포의 ‘눈물’을 상징하는 일제의 흔적, 지금은 이름이 바뀐 근대역사문화관이 있다.

요즘 목포의 건배사는 선창자가 ‘목포의’라고 외치면, 좌중에서 ‘눈물’이라고 답하지 않고, ‘사랑’ 또는 ‘희망’으로 합창한다.

K팝 세계화의 선구자 이난영이 ‘눈물’을 불렀지만, 그녀는 이미 그때에도 사랑과 희망을 불렀다. 해외공연을 앞두고 ‘저고리시스터즈’를 결성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자신의 딸과 조카로 남편 김해성의 성을 딴 ‘킴시스터즈’를 결성해 미국 브로드웨이에 파란을 일으켰다.

유달산, 고하도 용오름길, 구도심의 옥단이 벽화마을, ‘달리 달리도라 불렀을까’라는 말로 대변되는 아름답고 고즈넉한 달리도, 강강수월래 기원인 노적봉, 노적봉 아래 민망하지만 신비로운 여자나무, 이난영 공원이 있는 삼학도, 갓바위의 입암산 둘레길, 먹방의 메카 ‘저 푸른 초원위에’ 남진시장도 건재하거니와, 근년 들어 ‘한국의 테이트모던’을 꿈꾸는 조선내화 공장촌 문화예술공간, 도시재생 뉴딜이 진행된 ‘1897개항문화거리’, ‘바다를 품은 행복마을만들기’ 등이 ‘목포 플러스’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여수= 365개의 보석이 뿌려진 여수 밤바다는 썸남썸녀의 대표적인 놀이터가 됐다. 고려 태조 왕건이 여수-순천을 돌 때 이 지역 선남선녀의 모습에 대해 묻자 이곳 사령이 “물이 좋아 인심 좋고 여인들이 아름답다”고 대답했다는 기록도 있다.

여수 밤바다

선남선녀들의 놀이터는 ‘낭만포차’가 즐비한 여수해양공원, 이순신광장, 소호동동다리, 하멜등대, 종포밤빛누리 등이다. 이 일대 곳곳에서 ‘여수밤바다’ 노래의 주인공, ‘버스커 버스커’ 리더 장범준의 친구, 후배들이 저마다 자기의 예능감과 대중예술 감각을 뽐낸다.

동백꽃 가득한 오동도, 진달래 만개할 영취산도 여수의 낭만을 배가시키는 곳이다. 동양의 인어공주인 바다여신 ‘신지끼(인어)’ 전설도 여수에서 나왔다. 이탈리아 카프리섬의 ‘사이렌’ 처럼 해적을 물리치고 어부들을 지켜주는 수호 여신이자 로맨스 여제이다.

여수해상케이블카, 한화 호텔앤드리조트의 아쿠아플라넷 여수, 거북선 은닉지 굴강, 향일암, 여수세계박람회장,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비렁길의 금오도등을 둘러본 뒤 ‘하모’(여수 갯장어)로 원기를 회복하는 고을이다. 서울이 ‘라면 먹고 갈래’라면, 여수는 ‘하모 먹고 갈래’이다.

▶장흥= 고려 임금 셋을 낳은 공예왕후의 고향으로 ‘길게 흥하라’는 뜻을 가진 장흥엔 부산, 안양, 대덕, 용산, 장평이 있다. 이곳 마을 이름들이지만, 그만큼 다채로운 매력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안양면 여닫이 해변엔 출판계의 노벨상 맨부커상 수상자 한 강 작가의 문학적 뿌리인 아버지 한승원 문학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대덕읍엔 옥황상제의 면류관을 닮은 ‘호남 5대명산’ 천관산(天冠山)이 호령한다.

부산면에는 탐진강변 효자 스토리를 품은 용호정이, 용산면에는 하늘로 승천한 용과 별을 관찰하는 천문대, 영화 ‘축제’ 촬영지 소등섬이 있고, 장평면엔 느림과 생태의 미학으로 아시아 슬로시티로 지정된 ‘지렁이 마을’이 예쁘게 안착해 있다.

장흥 소등섬

관동별곡 보다 25년 앞서 관서별곡을 지은 백광홍(1522~1556)의 고향이고,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등이 계보를 이었다. 영화 ‘축제’ 촬영지 소등섬가 활처럼 휘어진 바다가운데 산책길엔 누가 걸어도 예술작품이다.

이청준의 ‘눈길’의 실제 배경지를 거닐면, 집안 힘든 일을 내색하지 않으려는 어머니, 이를 다 알고도 말없이 눈길을 걷는 소년 청준의 마음이 여행자의 가슴에 사무치게 파고든다.

▶고흥= 박치기 제왕, 프로레슬링 세계챔피언 김일, 프로권투 미들급 세계챔피언 유제두, 산소탱크 박지성이 태어난 곳이니 고흥에서 힘 자랑했다가는 큰 일 난다. 엄청난 엔진파워를 보인 우주선 나로호까지 출격한 곳이고, 노벨상을 계속 고사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출신 소록도 천사 마리안느-마가렛 자원봉사자(간호사)의 고귀한 희생이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는 곳이다. 작은 사슴을 닮은 소록도는 주민 거주지를 제외하곤 누구든 여행할 수 있는 아름다운 여행지이다. 화살과 함께 출발했던 고흥 말(馬)이 쏜살 보다 빨리 도착했다가 늦게 도착한 화살에 맞아 죽었다는, 당찬 설화도 있다.

맨유 박지성의 고향 고흥 연홍도

딱 15일만 지상에서 놀다 오라는 옥황상제 허락을 얻은 선녀 무리가 고흥 풍경에 취해 하루 더 놀다가 그만 벌(罰)을 받아 돌로 변했다는 마복산은 금강산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박지성이 태어나 수원으로 이사 가기 전 6년간 자란 점암면과 과역면 인학 언덕엔 곧 매화가 만개하고, 김일의 고향 거금도에는 붉은 순정의 동백이 한창이다.

공룡알·타조알팀과 오리알·계란팀 몽돌이 크기 별로 모여있는 오천몽돌해변, 과거 방목지 초원이 있었던 ‘소(小) 제주도’ 초원동산, 온 섬이 예술작품으로 치장된 연홍도, 가성비 높은 수산물의 집결지 녹동항, 우주발사전망대, 커피사관학교 등 감춰진 보석들이 많은 곳이다.

▶광주= ‘빛 고을’ 광주가 온 국민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수려함에 ‘등급을 메길수 없는 산’ 무등산이 잠시 개방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다운 면모를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자랑하더니, 오월광장은 아시아 문화예술의 메카로 변신했다.

무등산의 오랜 명물 모노레일이 운행을 재개했고, 충장로의 버스킹이 신난다. 1933년 설립된 광주극장이 초대형 영화그림을 내건 채 추억의 영화를 상영하고, 양동시장과 닭전시장의 전통 먹거리, 청년들의 1913 송정리 시장, 신개념 먹거리의 인기가 함께 높아진다.

사회통합 남북통일 조율자 인요한 박사의 외할아버지 유진벨 선교사가 개척한 양림교회의 안온함은 여전하다. 최흥종과 포사이드는 고흥 소록도의 마리안느-마가렛 간호사처럼 나병환자 구제에 나서 양림교회 성자로 불린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다독이는 소녀상 두샷 동상은 양림동 펭귄마을에 서 있다. 이곳은 재활용 예술의 메카가 됐다. 광주가 낳은 천재가수 김정호의 ‘하얀나비’는 여전히 광주시내 곳곳에서 레트로 열풍까지 흡입한 젊은 버스커들에 의해 불려진다.

광주는 전남 각지에서 올라오는 해산물 외에도,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주인공 원득이가 좋아하는 육전과, 녹차굴비정식, 막걸리안주로도 먹는 무등산 보리밥, 상추튀김, 강원도산 광주형 오징어순대, 홍어샐러드, 치즈가리비, 쉬림프 팟타이, 라면땅치즈핫도그 등 바다와 육지, 퓨전 음식의 집합소이다.

광산구에는 우즈베키스탄 식당 ‘고려인마을 가족카페 시먀’, 베트남식당 ‘펑스베트남 푸드’, 태국식당 ‘르안타이푸드’, 필리핀 식당 ‘케이피라인2’ 등 아시아음식이 많다. 12코스 산책길 ‘싸목 싸목(천천히) 걸어보길’에선 광주의 모든 매력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

광주 1913 송정리 시장

▶2020년 남도는= 광주는 올해 인공지능과 드론산업, 친환경 자동차산업, 의료·헬스케어산업, 문화콘텐츠산업, 관광산업, 김치·음식산업 등 11대 대표산업을 집중 육성키로 하면서, 대표공연, 대표음식, 대표마을을 경쟁력 삼고 삼향(의향·예향·미향)의 매력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문화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경제자유구역청, 광주관광재단이 신설된다.

전남은 도로·철도망을 대폭 확충해 관광객 6000만명 시대를 열기로 하고, 서부권에는 근대문화역사지구를, 동부권에는 요트 마린 실크로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남은 관광을 생명산업 등과 함께 6대 프로젝트에 포함시켜 2023년 개설되는 여수 경도 진입도로(1156억원)를 기반으로, 호텔·콘도, 쇼핑몰 등을 갖춘 1조4000억원 규모의 경도해양관광단지를 2024년에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경남과 손잡고 남해안 신성장 관광벨트의 핵심 기반인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장흥은 안중근 의사 순국 110주년을 맞아 2020년을 ‘정남진 장흥 해동사(안중근 위폐와 영정 모신 사당) 방문의 해’로 선포했다.

전주-완주를 중심지로 삼아 중국 동부 연안까지 장악했던 마한제국의 잃어버린 역사를 복원하는 일은 과제로 남아있다.

전남은 함평~ 경남 김해, 구주(九州:규슈)에 까지 뻗어나간 4국시대 가야제국의 역사 복원에도 경남-부산과 손잡고 협력할 것으로 기대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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