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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박인호 전원 칼럼니스트] 여전히 꿈꾸는 귀농 10년차 새해맞이

필자는 지난 2010년 가을 가족(4인)과 함께 강원도 홍천으로 귀농했다. 2020년이 만 10년 되는 해이니 감회가 남다르다. 그리고 또다시 행복한 꿈을 꾸어본다.

필자는 애초 ‘반농반(절반은 농사짓고, 나머지 절반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5785㎡(1750평) 규모의 땅에 들어선 집과 창고, 농장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되 소득의 대부분은 농외활동을 통해 얻고 있다.

귀농·귀촌, 전원생활, 친환경 농업과 관련한 글쓰기와 강의활동이 바로 그것. 이를 통해 한달 평균 200만원 정도의 수입(비용 제외)을 올린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더 이상의 욕심은 내지 않으려고 한다. 돈에 욕심을 내면 오히려 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것이 자명하니까.

돈 보다 더 소중한 것이란 지금까지 꿈꿔왔고 앞으로도 그럴 ‘자연인 농부’로서의 삶이다. 애초 도시를 내려놓고 시골로, 자연으로 향한 이유다. TV에서 보여주는 가족과, 세상과 단절한 채 깊은 오지에서 홀로 살아가는 그런 유의 자연인은 물론 아니다. 가족이 늘 함께하는 시골의 일상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어 힐링 여유 느림을 얻는 자연인, 그리고 생명을 가꾸는 과정을 통해 건강한 먹거리와 생명에너지를 얻는 그런 농부를 말한다.

2010년 가을 처음 이사 왔을 당시 집과 농장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는 뽕나무였다. 열매인 오디는 물론이고 잎과 가지, 뿌리 등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효자나무였다. 가족 모두는 이런 뽕나무를 통해 왕성한 생명에너지와 함께 힐링을 얻었다.

약 1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상전벽해라는 말마따나 집과 농장의 모습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이제는 뽕나무 대신 소나무가 주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농장 위쪽 소나무 밭에는 어린 소나무들이 지금은 어엿한 성목으로 자라 늘 푸른 생명에너지를 뿜어낸다. 어느 날, 씨가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운 새끼 솔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쑥쑥 자라는 모습은 지켜보는 자체가 경이요, 힐링이다.

지난 봄엔 꽃나무를 심자는 아내의 제안에 선뜻 벚나무 묘목 30주를 사서 집과 마당 주변에 두루 심었다. 아마도 10년쯤 지나면 소나무와 벚나무가 멋진 조화를 이뤄 집과 농장 일대는 아름답고 건강한 생명에너지가 넘치는 곳으로 환골탈태할 것이다. 그동안 하나둘 심어놓고 방치하다시피 한 사과 배 대추 포도 아로니아 블루베리 매실 보리수 자두 등 각종 유실수는 물론이고 엄나무와 두릅나무 등도 가족이 늘 함께하는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새해에는 또 옥수수, 감자, 고구마, 고추 등 각종 작물을 키우되 인위적인 투입과 개입을 자제하고 작물의 자생력에 기초한 친환경 농사에 더욱 매진하려고 한다. 이런 농사는 힘들어도 늘 설렘과 기쁨이 있다.

“당신의 시골(전원)생활은 행복한가”라고 묻는다면 필자는 언제든지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귀농 10년 차에도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을 수 있는 것은 비록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여전히 ‘자연인 농부’를 꿈꾸며 살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보다 많은 (예비)귀농·귀촌인들이 함께 꿈꾸며 이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다. 필자 또한 진정성 있는 조력자가 되겠다고 거듭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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