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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보기-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자연재해 大國, 일본

일본에서 공영방송 NHK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국민들의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여론을 주도한다. 자연 다큐멘터리나 국제 기획물은 깊이 있고 품질이 뛰어나다. 이런 NHK가 연말 특집으로 〈수도 직하지진(首都 直下地震)〉을 내보내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프로그램의 골자는 앞으로 30년 이내에 도쿄의 땅 밑에서 진도 7.3규모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70%를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조선인(한국인)들에게 많은 인명 피해를 줬던 관동대지진(1923년) 등 과거 수도권에서 발생한 지진 기록 등을 근거로 예상 피해를 분석, 시뮬레이션한 내용이다. 도쿄시내 에도구, 고토구 등에서 진도 7의 강진이 일어나 최악의 경우 사망자만 2만3,000명, 경제 피해는 95조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피해지역과 사망자의 분포도를 본 지진 연구자들은 “이것은 일본의 ‘지옥지도’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해마다 발생하는 지진에 익숙해진 일본인들이지만, 특집방송을 보고 공포스럽다는 반응이다. NHK는 수도권에서 발생할 대지진에 대비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라고 프로그램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수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대지진은 최근 30년 사이 일본 동부와 서부에서 두 차례 일어났다. 1995년 1월 오사카와 고베에서 터진 7.3규모의 한신(阪神)대지진은 6,000여명의 희생자를 냈다. 2011년 3월의 동일본대지진은 9.0의 초강진으로 사망 및 실종자가 2만여명에 달했다. 강진 발생 이후 초대형 쓰나미로 전력 공급이 끊겨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됐다. 방사능 누출로 수십만 명이 고향을 떠났고, 아직도 피난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시 일주일간 현장취재를 했던 필자도 진도6의 여진을 겪고 공포의 밤을 보내면서 강진의 위력을 실감했다.

올해 일본에는 대형 태풍도 여러 차례 불어닥쳐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냈다. 지난 10월 중부지역을 강타한 태풍19호로 100여명이 사망했다. 2018년에도 올해의 한자로 ‘災(재앙 재)’가 뽑힐 정도로 자연재해가 극심했다. 일본인들은 평생 지진과 태풍을 안고 산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규모7 이상 강진을 한번 정도는 겪을 가능성이 높다. 지구 온난화 여파로 각국에서 자연재해가 빈발하고 있지만 일본만큼 해마다 큰 피해를 입는 국가는 드물다.

그럼에도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다. 서구식 자본주의 역사가 150년을 넘었으나 ‘개인’ 보다 ‘국가주의’ 성향을 띤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대지진 등 자연재해에 맞서 살아남으려면, 공동체와 강한 통치자가 필요하다는 의식이 지배하는 나라다. 시민단체 활동도 미약하고, 일반인들의 정치 참여도 약하다. “정부 말을 잘 듣는 국민” “정치인들이 통치하기 편한 나라”라는 조롱은 그래서 나온다.

예상치 못한 한일간 악재의 바탕에는 이런 지리적 특성과 국민성이 자리한다. ‘강한 일본의 부활’을 내세운 보수 성향 아베 신조 총리가 동일본대지진이 터진 다음해 정권을 잡아 7년간 장기 집권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본의 자연환경을 알면,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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