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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성골수백혈병환자, 소아보다 성인이 대다수”
김혁 가천대 길병원 혈액내과 교수
대부분 50대 시작…70~80대 환자 많아
“암 걸렸다 자책 말고 완치 믿음 가져야”

“암 환자 중에는 자신의 잘못으로 병에 걸렸다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암은 더구나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은 환자만의 잘못으로 걸린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운이 좀 나빴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암을 고칠 수 있다는 믿음과 치료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한 때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사용되던 백혈병은 걸리면 죽는 병이라는 인식이 깊다. 더구나 백혈병 환자 대부분이 머리를 빡빡 깎은 어린이로 그려져 백혈병은 소아암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백혈병은 종류가 다양해 병의 특성에 따라 사망률에서 차이가 크다. 더구나 백혈병 환자 대부분이 소아 환자라는건 백혈병에 대한 오해 중 하나다.

김혁〈사진〉가천대 길병원 혈액내과 교수에게 혈액암 중 가장 예후가 좋지 않다는 급성골수백혈병에 대해 들어봤다. 백혈병은 암세포가 어디서 증식을 시작했느냐에 따라 크게 골수백혈병과 림프구백혈병으로 나뉜다. 우리가 TV 등을 통해 많이 보았던 소아 백혈병은 대부분 급성림프백혈병인 경우가 많다. 반면 골수백혈병 환자 중에는 성인 환자가 대다수다.

김 교수는 “극적인 장치 때문인지 영화 등에서는 백혈병 환자를 어리거나 젊은 환자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급성골수백혈병 환자 중 어린이는 매우 드물다”며 “급성골수백혈병은 주로 50대 이후부터 시작해 70~80대에도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렇게 연령이 높을수록 급성골수백혈병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합리적 추론이다.

김 교수는 “유전자는 세포 증식을 위해 계속해서 복사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 복제과정에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런 과정이 조금씩 축적되어 혈액에서 정상혈액이 아닌 암세포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골수백혈병이 뇌와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골수’라는 이름 탓이다. 김 교수는 “골수란 뼈 안에 피를 만드는 부분으로 신체 어느 곳에나 있다”며 “우리가 통닭을 먹다가 닭뼈에서 볼 수 있는 붉으스름한 실 같은 것이 바로 골수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급성골수백혈병은 병이 상대적으로 천천히 진행되는 만성골수백혈병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다. 병이 그만큼 빨리 진행되기 때문이다. 만성골수백혈병 환자가 치료만 잘 받으면 생존율이 95% 정도인 것에 비해 급성골수백혈병의 생존율은 40~50%에 그친다.

하지만 급성골수백혈병의 경우에도 치료만 잘 받고 합병증 관리만 잘 하면 충분히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김 교수는 “암이 생기면 자신이 뭘 잘못했을까 생각하는 환자가 많다”며 “하지만 병에 대해 자책하는건 암을 고치는데 전혀 유익하지 않다. 앞으로 어떻게 치료를 할 것이며 합병증 관리는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백혈병 치료에 있어 변화의 시기다. 백혈병 치료 성적은 지난 50년간 꾸준히 상승해왔지만 아직 확실한 치료 약물이나 치료법은 없는 상황이었다.

김 교수는 “최근 2~3년 사이 유전자 치료 개념이 발전하면서 유전자 억제 약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며 “많은 연구가 이뤄져 온 만큼 곧 백혈병 치료에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또한 일반인들은 수혈이 많이 필요한 백혈병 환자를 위해 헌혈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 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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