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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성탄 미사일선물' 운운하던 北 조용…文대통령 전방위 외교 통했나
-북한매체, 남한 F-35A 비난에 그쳐
-미군 정찰기 4대, 이례적 동시출격
-'재선가도 먹구름' 트럼프, 전전긍긍
-"북 성탄선물, 도발 아닐 수도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두 국제공항에서 환송나온 추궈훙 주한중국대사와 포옹하고 있다.[연합]
한중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서울공항에서 환영나온 노영민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과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성탄절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을 시사했던 북한의 '성탄선물' 발언에 전세계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북한이 성탄절 당일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제8차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차 23일 방중했다 24일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릴레이 정상회담을 하며 북한의 도발 의지를 잠재우기 위한 전방위 외교전을 펼쳤다.

문 대통령은 24일 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공동 노력 등 한중일 3국의 미래 공동번영을 위한 전략을 담은 '향후 10년 3국 공동비전'을 발표했다.

공동비전에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평화 및 안정 유지가 공동의 이해와 책임이라는 점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오전 11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며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앞으로도 필요할 경우 언제든 통화하기로 했다. 이날 통화는 문 대통령 취임 후 22번째 통화로, 가장 최근의 통화는 5월 8일이었다.

◆文대통령, 성탄 전야까지 숨가쁜 외교전=북한은 지난 3일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 명의로 담화를 내고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동북아 정세는 성탄절 전후 북한 도발 여부에 따라 극과 극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 7일과 13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북한의 '전략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시험이 ICBM과 정찰위성 발사용 대형로켓 엔진 성능 실험이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단 성탄절 당일 오전까지 북한은 도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도발 외에 이달 말 북한 수뇌부가 조선노동당 전원회의를 열 예정인 가운데 이 회의에서 중대한 결정이 내려지고, 이런 결정이 '성탄 선물'이 아니겠느냐는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의 성탄 선물 언급 이후로 한미 정상의 공조, 문 대통령의 방중 등을 통한 전방위적 외교전이 힘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한미 군사공조와 남측 당국 등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지만, 그 역시 내용이나 수위가 기존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더욱 명백해진 평화파괴의 장본인' 제목의 논평에서 지난 17일 청주 공군기지에서 비공개로 열린 스텔스전투기 F-35A 전력화 행사 등을 비난하며 "이는 '평화'의 간판밑에 동족을 해치기 위한 또 하나의 엄중한 군사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메아리'는 홈페이지 가입자 2000명을 대상으로 자체설문한 결과라면서 "응답자 대부분이 북남관계악화의 주범은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라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의 '성탄선물' 경고가 미국을 향한 것이기에 미국에 크리스마스가 오는 내일까지 좀 더 기다려봐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크리스마스는 한국 시간으로 내일이다.

한미 군 당국은 미국 시간 기준으로 성탄절을 앞두고 25일 가용한 정찰자산을 총동원해 북한 군사당국에 대한 감시 및 경계태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군은 지상에서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그린파인레이더)를 가동하고, 해상에서는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SPY-1D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구축함을 출동시켜 미사일 도발에 대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공중에서는 '공중의 지휘통제소'로 불리는 조기경보통제기(피스아이)를 띄워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

미군은 북한의 '성탄선물' 도발을 앞두고 정찰기 4대를 이례적으로 동시에 한반도 상공에 출격시켜 북한군 움직임을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

미국 언론도 성탄절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이 언제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취재진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성탄절을 맞아 미군 장병과 화상 통화를 한 직후 북한의 '성탄선물'에 대해 질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질문에 "아마도 좋은 선물일 수도 있다"며 '성탄선물'은 미사일 시험 발사가 아니라 예쁜 꽃병 같은 선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북한의 언사를 가볍게 여기면서도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도발이 이뤄질 경우 "아주 성공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며 긴장감도 드러냈다.

지금까지 북한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제압'한 것을 자신의 재임 기간 치적으로 내세워왔는데,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이 시점에 북한이 ICBM으로 도발할 경우 자신의 그러한 치적이 모두 물거품이 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미군 장병들과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연합]

◆불안한 트럼프, 北선물 재선가도에 영향줄까 '전전긍긍'=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군 정찰기 4대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저녁과 성탄절인 이날 새벽 사이에 한반도 상공으로 출동했다. 미군 정찰기 4대가 한반도 상공에서 동시에 작전을 펼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지난 19일부터 한반도로 출격 시작한 미 정찰기가 4대 동시 비행을 한 적은 없었다.

또한 미군 정찰기는 군사 작전인 경우 위치식별장치를 끄는 것이 정상이지만, 최근 들어 계속 위치식별장치를 켜고 활동하고 있어 작전 자체를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위치식별장치를 켜고 작전하면서 민간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미 군용 정찰기의 항적이 고스란히 공개되는 기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출격한 4대의 정찰기는 미 공군의 리벳 조인트(RC-135W),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 RQ-4 글로벌호크, 코브라볼(RC-135S) 등이다.

RC-135W와 E-8C는 각각 한반도 3만1000피트(9.4㎞) 상공에서, 글로벌호크는 5만3000피트(16.4㎞) 상공에서 작전 비행을 했다. RC-135S는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주일미군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동해 상공으로 비행했다.

미 공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 RC-135W는 미사일 발사 전 지상원격계측장비인 텔레메트리에서 발신되는 신호를 포착하고, 탄두 궤적 등을 분석하는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통합 감시 및 목표공격 레이더 시스템 등을 탑재한 E-8C는 고도 9∼12㎞ 상공에서 북한의 미사일 기지, 야전군의 기동, 해안포 및 장사정포 기지 등 지상 병력과 장비 움직임을 정밀 감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비행하면 9∼11시간가량 체공할 수 있고, 항속거리는 9270㎞에 이른다.

글로벌호크는 20㎞ 상공에서 특수 고성능레이더와 적외선 탐지장비 등을 통해 지상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첩보 위성급의 무인정찰기다. 현재 한국이 운용하고 있는 위성의 최대능력이 지상 0.5m 물체를 식별하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글로벌호크의 위력을 체감할 수 있다.

한국 공군은 미국산 글로벌호크를 총 4대 수입하기로 하고, 이달 1대를 국내로 들여왔다. 한 번 뜨면 38∼42시간 작전 비행을 할 수 있다.

RC-135S는 최첨단 전자광학 장비로 원거리에서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할 수 있는 정찰기다. 이번 비행에서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북한 잠수함 기지를 정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일미군의 KC-135R 공중급유기도 이날 주일미군 기지서 연료를 다시 채워 이들 정찰기 지원을 위해 동해 상공으로 출동했다. 이날 한반도 상공에서 장기적인 정찰작전이 수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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