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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치 개혁’ 본질은 사라지고 누더기꼴로 상정된 선거법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여야 ‘4+1’ 협의체가 최종 확정한 선거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23일 밤 늦게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결국 이 과정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완전 배제됐다. 상대 선수를 빼고 경기의 규칙을 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에 없던 일이라 무엇보다 유감스럽다.

한국당은 24일 ‘필리버스터 카드’를 급하게 꺼내들었지만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일 듯하다. 임시국회 기간이 25일까지로 정해져 더 이상 시간을 끌 수가 없다. 특정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해당 회기 내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26일 임시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라 곧바로 표결에 붙여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그렇게 되면 통과는 기정사실이 되고 만다.

개정선거법의 핵심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국적불명의 선거법이 되고 말았다. ‘4+1’ 협의체의 합의안은 현행대로 지역구 의석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유지하되 50%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당초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발의해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개정안 원안은 ‘지역구 225석, 비례 75석’에 비례대표 의석 모두 연동률 50%를 적용이다. 그러나 각 당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리는 바람에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다 무늬조차 사라진 연동제가 되고 만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자는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원래 취지였다. 한데 여야 가릴 것 없이 당리당략에 혈안이 돼 밥그릇 싸움을 하다보니 이 지경이 된 것이다.

게다가 개정 선거법이 통과될 경우 한국당은 이른바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거대 정당들의 위성정당들이 생기면 그나마 소수 정당의 제도권 진출 기회도 봉쇄된다. 제1당인 민주당까지 가세한다면 지금과 같은 양당 구도는 더 견고해질 수도 있다. 사표 방지와 표의 등가성 확보 또한 선거법 개정의 핵심 목적이었으나 이 역시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1년을 넘었다. 무엇을 위해 여야가 이전투구를 벌였는지 국민들은 의아할 뿐이다.

이런 선거법이라면 “민주당 장기 집권을 위한 악법”이란 비난은 결코 한국당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한국당과 대타협을 끌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당도 국회법을 지키며 협상에 응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당장 눈 앞의 의석 몇 석에 현혹돼 자칫 민심을 잃고마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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