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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결국 블랙아이스…언제까지 속수무책 지켜만 볼 건가

경북경찰청은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상주-영천 고속도로 연쇄 추돌사고의 원인은 예상대로 블랙아이스였다고 밝혔다. 블랙아이스는 도로 위에 형성되는 얼음층으로 겨울철 교통사고의 원흉으로 지목돼 왔다. 두께가 수㎜에 불과할 정도로 얇은데다 투명해 검은 도로 바닥이 그대로 보여 운전자들이 육안으로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발견하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제동거리가 일반도로 보다 10배 이상 길어 운전자 스스로 제어가 불가능하다. 사고가 났다하면 대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블랙아이스가 ‘도로 위 암살자’로 불리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블랙아이스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경찰 발표만 봐도 대략 가늠이 된다. 이번 사고 발단은 승용차 한 대가 중심을 잃고 200m 가량 미끄러지다 갓길에 멈춰서면서부터였다. 이 때 뒤에 달려오던 트럭 등이 연쇄 추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빤히 보고도 제동이 불가능하다보니 순식간에 28대가 잇달아 부딪친 것이다. 이 과정에서 6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다쳤다. 한마디로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것이다. 불과 10분 뒤에는 사고 지점에서 2㎞ 가량 떨어진 곳에서 차량 18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 이곳 역시 블랙아이스가 도로위에 얇게 깔린 상태였다. 사고 당일 새벽 이 지역은 비가 내린데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블랙아이스가 생기기 쉬운 조건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상습 결빙 지역인데도 그 흔한 경고판 하나 없었다고 한다. 사실상 인재(人災)인 셈이다.

블랙아이스 사고를 막으려면 운전자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다. 결빙이 예상되는 구간에선 속도를 줄이는 등의 주의운전이 필수다. 사전 타이어 마모와 공기압 등 상태를 잘 점검하고, 응달진 곳 등에서는 특히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운전자 혼자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블랙아이스 사고가 잦은 도로는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위험 표지판을 설치해 운전자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블랙아이스가 생길만 하면 염화칼슘이나 모래를 뿌리는 등의 세심한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필요하다면 예산을 따로 들여서라도 도로에 열선을 깔아야 한다.

무안-광주 고속도로 오정교 주변은 8차례나 블랙아이스 사고가 발생하는 등 전국적으로 관련 사고 다발지점이 117곳이나 된다. 겨울철이면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언제까지 암살자에게 당하고 있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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