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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통 든’ 산타 한의사 “오늘도 오지 어르신 침 놔드렸어요”
박병모 자생의료재단 이사장
방송 인연으로 전국 돌며 진료
환자들, 한방치료 선호도 여전
한의학 표준화 위해서도 온힘
내년 첩약 건강보험 시범 적용
진료 시스템 강화에도 힘쓸것
자생한방병원 박병모 이사장은 “한방의 과학화를 위해선 표준화 작업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고 많은 임상 사례가 축적된 한방치료법이 나와야 세계에 우리 의술을 제대로 알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직도 하루에 버스가 딱 2번만 다니는 산골마을이 있다면 믿어지시겠어요? 대부분 거동조차 힘든 노인분들이라 치료받으시러 버스정류장에 나오시기도 버거워하시죠. 그런 오지를 가면 의사에게 진료받을 수 있다고 마을이 축제분위기입니다. 의사하는 보람이 이런게 아닐까요. 하하”

직접 운전대를 잡고 전국을 누빈다.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힘든 작은 마을까지 찾아가 환자의 몸 상태를 살피고 침을 놓는다. 그의 진료실은 전국 어디에나 있다. 환자가 있는 곳이면 그의 진료도 시작된다. 지난 12일 논현동 자생한방병원 본원에서 박병모 자생의료재단 이사장(61·사진)을 만나 그간의 봉사활동을 비롯해 우리 고유의 의술인 한방진료에 대한 그의 철학과 앞으로의 포부등에 대해 들어봤다.

박 이사장은 국내 최대 공익 한방의료재단인 자생의료재단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대중에게 그는 ‘고향닥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3년 동안 KBS 장수 프로그램인 ‘6시 내고향’에서 직접 시골 마을을 찾아가 어르신들에게 침도 놓아드리고 농사일도 도와주는 친근한 이미지의 한의사다. 집무실도 있지만 의자에서 보내는 시간은 많지 않다. 그의 사무실에는 환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빼곡히 붙어있다. 친근하고 소탈한 인품으로 환자를 대하는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이사장은 “방송을 하면서 전국의 오지를 정말 많이 다녔다. 평생 진료를 몇 번 받아보지도 못한 어르신들이 그저 나이들어 그려려니하고 지내시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방송용으로 하루만 찾아가 침 놓아드리고 첩약 처방하고 질환이 금방 좋아질겁니다라는 식의 말하는 것이 좀 마음이 불편했다”며 “그래서 나름 진정성을 보여드리려고 방송에서 저한테 진료를 받으셨던 어르신들은 진료후 무료로 3개월 동안 침 치료와 약을 처방해 드렸다. 그 인연으로 제가 주치의가 되서 지금도 많은 분들이 농사를 지으시면 먹거리도 보내시고 연락을 주신다 ”고 말했다. 이어서 “전국의 많은 환자를 만나다 보면 여전히 한방치료를 선호하고 필요로 하는 분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며 “어르신들께 병을 키워 나중에 더 큰 돈 들어가게 하지 말고 아픈데 있으면 미리미리 치료하는 것이 자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해드린다”고 말했다.

자생의료재단 산하에 속해있는 전국의 자생한방병원과 자생한의원은 총 20곳이다. 해외에는 4곳이 있다. 자생의료재단은 의료사업, 사회공헌 활동, 학술연구 활동을 실행하기 위해 지난 2000년 신준식 명예이사장의 뜻에 따라 설립됐다. 박 이사장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재단 활동 중 가장 큰 건 사회공헌 활동이지만 재단은 학술적으로 한방의 표준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자생한방병원은 한의계가 비방(?方)을 중시해오던 시기부터 표준화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현재 모든 자생한방병원은 표준화된 한방 치료를 실시하기 때문에 전국 어디서든 30년 역사의 자생 비수술 치료법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박 이사장은 “병원은 외부 수련의도 채용하는데 경력이 아무리 오래 되었다 하더라도 자신만의 치료법보다 자생의 치료법을 익히도록 훈련시킨다”며 “이를 통해 어느 지역에 위치한 자생한방병원을 찾더라도 동일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표준화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자생의료재단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전국 자생한방병원 원장을 참여시켜 영상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은 신준식 명예이사장이 만든 교육집을 중심으로 연구소에서 만든 교육자료를 더해 진행한다. 또 한달에 한 번 전체 수련의를 포함한 자생한방병원의 모든 한의사가 서울 본원에 집합해 외부 인문 교육도 듣고 자체 침법을 시험해 보기도 한다.

박 이사장은 “서로 침을 놔주거나 추나요법을 하면서 서로의 느낌을 나누고 이런 노하우를 치료에 적용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반복되는 교육이 환자에게 최고의 만족도를 준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생한방병원은 이런 표준화를 거쳐 한방의 과학화, 나아가 한방의 세계화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과학화를 위해선 표준화 작업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표준화된 치료를 통해 많은 임상 사례를 축적하고 이를 기초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방 치료법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 박 이사장은 “이렇게 과학적으로 입증된 재해석한 한방치료법을 세계에 알리는 것까지 나아가야 한다”며 “자생의료재단은 세 가지 주요 전략이 선순환되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중 올 해부터 적용된 ‘추나요법 건강보험’은 한방 표준화 작업의 결실 중 하나다. 자생한방병원 설립자인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이 발굴하고 재정립한 추나요법은 한방의 표준화와 과학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신준식 명예이사장은 추나요법의 표준화를 위해 학회를 조직하고 수 많은 교육자료를 만들어 한의계에 보급하는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추나요법을 치료에 활용하는 한의사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안전성과 유효성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런 과정을 거쳐 건강보험 적용이라는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 또는 신체의 일부분을 이용해 비뚤어진 뼈와 관절, 뭉치고 굳은 근육과 인대의 구조적·기능적 문제를 치료하는 한방 수기요법이다. 주로 허리디스크, 관절염, 척추관협착증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다. 이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만큼 이전보다 환자 부담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박 이사장은 “한방 의료기관에서 추나요법을 받을 경우 환자는 약 1~3만원만 부담하면 된다”며 “다만 과잉진료 예방을 위해 본인부담률을 50%로 적용하고 복잡추나 허리디스크, 협착증 외 근골격계 질환에는 본인부담률을 80%로 적용한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추나요법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게 되면서 한의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내년은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박 이사장은 “이제 한방에서 추나요법이 제도권으로 들어왔듯이 다음은 첩약에 대한 보험화가 필요하다”며 “그동안에는 한의학이 진단부터 주관적인 설명으로 하다 보니 약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약재들은 몇 천 년부터 경험에 의해 써오던 과학화로 입증된 산물”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이사장은 “올 해 좋은 성과가 있었지만 이럴 때 일수록 한의계가 한의학의 표준화와 과학화 노력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생의료재단도 이를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환자들이 보다 더 만족할 수 있도록 진료 시스템을 강화해 마음 편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열·손인규 기자/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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