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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광장-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초빙교수] 도시재생에 대한 소견

박원순 시장이 취임해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하나 고르라면 도시재생이라 할 것이다. 도시재생본부라는 전담조직을 만들고 재생업무를 담당하는 고위공무원을 부시장으로 임명하는 등 도시재생 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추진해왔다. 특히 이명박, 오세훈시장 시절 추진되던 뉴타운사업과 재개발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주민이 반대하거나 보전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주민의 요청 또는 직권으로 재개발지구를 해제하고 해제된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서울시에서 도시재생을 강조하며 본격적으로 시작한지도 벌써 9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러면 서울시의 도시재생 성공여부는 별개로 하더라도 도시재생이라는 뿌리는 튼튼히 내리고 있는 것일까? 도시재생을 촉진하는 특별법이 만들어져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됐고, 서울시를 넘어 전국적인 사업으로 확장돼 정부는 재생사업을 위해 5년간 50조원을 지원한다는 방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외견상으로는 도시재생이란 시대적 흐름이며 그 시대적 흐름을 선도한 것은 서울시의 자랑이라고 할수 있다. 특히 도시재생의 개념을 생각한다면 그 의미는 더 크다 할 것이다. 도시재생의 개념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지만 제도적으로 정의한 것은 2013년 12월 시행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라 할 것이다. 이법에서는 도시재생을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해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전면철거를 하고 아파트나 고층건물을 신축하는 일률적인 방식을 탈피해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지역적 특성에 맞게 도시를 재구조화해 도시기능을 활성화자는 취지일 것이다. 우신구 교수의 표현대로 도시재생은 물리적인 정비를 넘어 경제, 사회, 복지, 건강, 예술, 문화, 역사, 관광, 교육, 안전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들을 통합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이러한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이견을 표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서울시의 도시재생 정책은 특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도시기능을 활성화하는 목표를 궁극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까? 나는 서울시의 도시재생 중 주거부분에 대해서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본다.

첫째 한계는 도시재생 정책의 추진배경에 있다. 서울시의 도시재생정책은 치열한 담론을 통해 정책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과거 뉴타운개발이나 재개발 방식에 대한 반대 의제로써 등장한 것이다. 즉 과거 전면철거방식의 반대적 개념으로 재생이 등장했다. 따라서 원론적 정책방향에 대한 동의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실천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추진됐다. 도시재생의 개념적, 시대적 동의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부재한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시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착오를 거쳐 구체적 추진방안이 마련돼 가기도 하지만 도시개발 분야를 그렇게 추진하기에는 시민들에게 많은 희생을 강요하게 된다. 특히 뉴타운이나 재개발을 열심히 추진하던 공무원들이 어느 날 바뀐 정책으로 도시재생이란 개념으로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추진하는 것이냐는 주민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로 인해 추진동력이 상실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런 사례는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려 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사업이 구체적인 사업계획의 미비와 현장과의 괴리로 예산집행실적이 극히 미미하다는 기사를 종종 접하게 된다.

둘째, 서울시의 도시형성과정을 생각할 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주거환경, 특히 강북의 노후화된 주거지역은 체계적인 개발보다는 6.25전쟁이후, 그리고 6,70년대 급격한 산업화에 따라 유입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대증적 요법을 통해 만들어졌다. 과연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주거나 기반시설의 상태가 어떠한 것인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열악한 주거환경을 어떻게 재생할 것인지에 대해 원론수준을 넘어 구체적 해답이 제시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재생을 통해 열악한 주거환경의 획기적 개선이 이루어지 않는다면 도시 활력의 저하를 가져와 도시재생의 목적자체를 달성하는 것이 어렵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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