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올해만 700곳 줄폐점…화장품 로드숍 ‘끝없는 추락’
-5000개가 넘던 화장품 로드숍…4년 새 3400개로 급감
-관광객 감소·소비 트렌드 변화에 매장 잇달아 문 닫아
-“땅값 비싼 상권에 밀집해 고정 비용 감당하기 어려워”
화장품 매장들이 늘어선 명동 거리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화장품 로드숍들은 전국의 ‘금싸라기 땅’을 독차지할 정도로 잘 나갔다. 2010년 이후 ‘화장품 한류’ 바람을 타고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자 명동·홍대·강남 등 서울 중심지에 우후죽순 생겼다. 2009년 70여곳에 불과했던 명동 화장품 매장은 2015년 130여곳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땅값 비싼 명동에서 버틸 수 있는 업종은 화장품 가게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이들에 의존하던 화장품 로드숍도 직격탄을 맞았다. 근본적으로는 업계 과당경쟁, 온라인 쇼핑몰 성장, 소비자 트렌드 변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5000개가 넘던 화장품 로드숍 매장 수는 2017년부터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특히 명동 화장품 매장은 10년 전 수준인 70여개로 줄어들어 화장품 로드숍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는 내년에도 줄폐점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각 업체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미샤, 토니모리,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등 주요 7개 화장품 로드숍 매장은 작년 4167개에서 올해 10월 3433개로 급감했다. 10개월 만에 매장 734개가 줄어든 것으로 하루에 2.5개꼴로 문을 닫은 셈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이미 화장품 시장 포화 상태에서 불황까지 겹쳐 각 화장품 로드숍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태”라며 “매장을 줄이고 멀티브랜드숍으로 전환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이 악화된 화장품 로드숍들은 잇달아 매장 문을 닫고 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스킨푸드는 올해 사모펀드(PEF) 파인트리파트너스에 인수돼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고 있다. 한때 500여곳에 달했던 스킨푸드의 로드숍 수는 올해 85곳으로 줄어든 상태다. 더페이스샵의 작년 매출은 4873억원으로 5673억이었던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한 해 동안 90개 매장이 문을 닫고 110개가 멀티브랜드숍인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했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의 매출도 올해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네이처리퍼블릭도 2016년 적자 전환 후 긴축 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로드숍 브랜드의 폐점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로드숍을 찾는 고객들은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온라인몰 등 경쟁자들은 늘어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매장이 500개 이상 줄지 않겠나”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명동·강남·홍대 등 땅값이 비싼 곳에 밀집한 화장품 로드숍들은 임차료, 인건비 등 늘어나는 고정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하나둘씩 떠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dod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