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경제광장-김경욱 국토교통부 제2차관] 조종사의 꿈 잇는 ‘희망사다리’

누구나 한 번쯤은 하늘을 나는 것을 꿈꿔봤을 것이다. 그래서 어릴 적 장래희망으로 항공기 조종사를 적어본 경험도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항공 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항공시장은 더욱 확장됐고, 조종사라는 직업의 문도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이에 조종사에 대한 수요 증가와 더불어 조종사를 희망하는 청년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2037년이면 전 세계 항공기 수가 현재의 두 배 수준인 4만8540 대에 달해 63만5000 명의 민항기 조종사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항기 조종사가 29만5000여 명이므로, 현직에 있는 인원보다 더 많은 수의 신규 조종사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 7위의 항공운송 강국인 우리나라도 2010년대 초반까지는 신규 조종사 수요가 연 300 명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600 명을 넘어섰다.

이미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은 급증하는 조종사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력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델타 항공은 객실 승무원 등 직원을 대상으로 조종사가 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코타 대학 등 8개 대학과의 협약을 통해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델타항공 조종사로 채용하는 방식이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2017년에 조종사 양성학교를 설립해 운영 중이고,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항공학교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 항공사에 지원하는 채용과정이 일반적이었다. 민항기 조종사가 되기 위한 조건을 갖추려면 3년 정도의 시간과 1억 원 이상의 훈련비용이 든다. 조종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선뜻 도전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부담이 되었다. 더욱이 이렇게 어렵게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항공사에 취업하지 못하는 ‘비행낭인’ 문제는 많은 청년들의 조종사의 꿈을 접게 만들었다.

이에 정부는 조종사를 꿈꾸는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과 채용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주기 위해 ‘선 선발, 후 교육 제도’를 지난해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항공사에서 직접 조종사 후보자를 선발해 교육하고, 정상적으로 수료한 인원을 채용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7개 항공사에서 234 명을 선발했고 올해에는 8개 항공사에서 207 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선 선발, 후 교육 제도를 통해 조종사가 되면 항공사에서 기초 자질에 대한 평가를 이미 마쳤기 때문에 항공사에 입사할 수 있는 확률은 그만큼 커진다. 훈련생들이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덜고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교육과정 전반을 모니터링 할 수 있어 자사의 인재정책에 부합하는 전문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지난해 설립된 ‘하늘드림재단’이 선 선발 후 교육 제도로 선발된 훈련생들에게 지난 7월부터 대출 지원을 시작했다. 최대 1억 원까지 2% 초반의 낮은 금리로 훈련비 대출을 지원하고 항공사에 입사한 후 갚는 것이다. 조종사의 꿈을 가진 청년들이 훈련비와 생활비 걱정 없이 훈련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늘드림재단은 추가 출연금 확보를 통해 내년부터 지원 대상을 30여 명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조종사뿐만 아니라 정비사 등 항공산업을 이끌어갈 차세대 항공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선 선발 후 교육 제도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 2017년 선 선발 후 교육 시범 운영에 참여한 훈련생 12명이 지난 9월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이미 2명은 항공사에 입사했고 나머지 훈련생도 오는 5월까지 순차적으로 입사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해마다 신규 조종사 연간 채용 규모의 30% 정도인 약 200명이 선 선발 후 교육 제도를 통해 조종사가 되고 항공사에 취업할 것이다.

정부와 공공, 항공사, 훈련기관의 노력이 모여 조종사의 꿈을 이뤄 줄 희망사다리가 놓이고 있다. 열정과 능력을 지닌 청년이 조종사를 꿈꾼다면 이제는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그 꿈이 현실이 되길 희망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