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 칼럼] 온돌문화가 집값 올리는 원흉?

온돌방이 그리워지는 완연한 겨울이다. 온돌은 우리 조상이 개발한 창의적 난방 장치다.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뜨거운 불 기운이 방 밑의 공기 통로인 ‘고래’를 타고 이동하면서 방바닥인 구들장을 달군다. 서양 벽난로와 다르게 연기를 높은 굴뚝으로 바로 내보내지 않고 불을 눕혀 기어가게 하면서 오랫동안 집을 따뜻하게 해준다.

인문학적 관점의 도시 이야기로 유명세를 탄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그러나 조선이 망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온돌을 꼽는다. “지난 5000년 인류 역사를 보면 한 시대를 장악했던 국가들은 대표적인 도시가 있다. 아테네·로마·파리·뉴욕. 이 도시들은 당대에 가장 고밀화된 도시들이다. 조선은 고밀화도시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온돌이라는 난방 문화 때문에 2층 집이 없었고, 따라서 고밀도시를 만들 수 없었다. 도시가 없으니 상업이 발달하지 않았다. 상업이 없으니 자본 축적이 안되고 화폐자본이 없으니 경제순환도 안되고 계층간 이동 사다리도 없었다. 조선은 경제 자산이 토지만 있었던 경직되고 정체된 사회였다.”

어찌보면 21세기 한국인도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인 시대를 살고 있다.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가 온돌을 대체하며 주거문화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은 조선과 달리 도시 고밀화에 성공한 것인가?

건축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층건물이 즐비한 서울의 평균 용적률은 160% 정도라고 한다. 반면 시내 전체가 저층인 파리는 250%다. 건물끼리 옆으로 붙어있어 버려지는 자투리 공간이 거의 없어서다. 서울시의 도시기본계획에는 아직도 아파트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는 규제가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초고층 빌딩 시공기술이 ‘글로벌 톱’인 것과는 딴판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828m)도 우리가 세우지 않았나.

정부는 당장 서울의 과밀화를 막기위한 규제에 급급할 뿐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릴 ‘스마트 고밀화’는 뒷전으로 미룬 듯하다. 집값 잡기가 도시 정책의 블랙홀이 된 탓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절반 동안 17번의 고강도 대책을 쏟아냈지만 서울 집값은 떨어지기는커녕 더 뛰었다. 수요에 대응하는 스마트 고밀화 대신 억지로 수요를 분산하는 데 역점을 둔 결과다. 서울 아파트는 1970~1980년대에 지은 낡은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2010년대 마곡과 위례신도시 이후 대규모 택지개발이 사라진 서울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이 유일한 주택 공급원이다. 지금과 같이 정비사업을 틀어막는 방식은 새 아파트 품귀에 따른 집값 급등을 부채질할 뿐이다.

집값을 잡기위해서라도 도시 공간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일본은 도시재생특구를 운영해 용적률을 최대 870%까지 허용한다. 영국은 용도지역의 칸막이를 없애 특정용도지역에서도 주거· 업무·상업시설이 혼재된 복합개발을 장려한다. 주택공급원인 재건축·재개발의 순기능도 활용해야 한다. 3.3㎡당 1억원 한다는 반포 한강변 아파트에 대응하려면 강북 한강변에 50층 아파트를 허용해야 한다. 백약이 무효라는 집값 잡기다. 고밀화 카드도 목록에 넣어보자. 온돌문화가 서울의 집값을 올리는 원흉(?) 이라는 얘기를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