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퀄컴 '갑질' 제압한 공정위…"글로벌 IT기업 힘 절실히 느꼈다"
소송 과정서 주고 받은 답변 자료만 7만쪽
다윗-골리앗 '싸움'…퀄컴 대리인 22명 vs 공정위 4명
한껏 고무된 공정위…"세계서 가장 먼저 퀄컴 제재…보람 느낀다"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 끝에 승리했다. 5년간의 긴 다툼을 이어갔던 직원들은 ‘글로벌 IT 기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회고했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내부 분위기는 한껏 들떠 있다. 지난 4일 서울고법이 퀄컴에 부과된 과징금 1조311억원 전부를 인정하면서다. 이른바 '특허 공룡'으로 불리는 글로벌 IT업체 퀄컴을 상대로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원에서 정당하다는 판결을 이끌어낸 데 대한 감회가 남다른 것은 당연하다.

처음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견됐다. 조사부터 송무까지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공무원은 8명에 불과했다. 조사는 시장감시총괄과 내 직원 4명을 중심으로 한 태스크포스(TF) 팀이 주도했다. 송상민 국장이 팀장을 맡고 유영욱 과장, 배현정 서기관, 박정현 사무관 등이 참여했다. 변호사이기도 한 배 서기관은 법률 문제, 이공계 출신인 박 사무관은 기술 문제를 주로 맡았다. 이들은 약 2년 동안 오로지 퀄컴 조사만 했다.

미국의 본사를 둔 기업을 상대로 조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기존에 유사한 사건도 없었고, 이들의 시장지배력을 입증하기 위해 외국 문헌을 살피다보니 다른 사건 때보다 2배 이상의 노력이 들었다.

퀄컴의 막강한 힘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송상민 국장은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전원회의가 열릴 때면 이례적으로 심판정이 관계자들로 가득찼다"며 "보조참가했던 삼성과 LG전자, 애플 등 관계들까지 모여들어 사건의 파장을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공정위는 이례적으로 전원회의를 7번이나 열고서야 과징금 부과를 확정했다.

전원회의 과정에서 드러난 발언 때문에 퀄컴은 애플과 특허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법원 다툼 과정에서도 퀄컴은 대리인으로 법무법인 세종, 율촌, 화우 등 총 22명을 선임, 강력하게 대응했다. 공정위 측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전력으로 싸움에 임했다. 법무법인 바른의 변호사 4명만이 공정위를 대리했다. 퀄컴의 변호사 선임 비용은 수백억원에 달한 반면 공정위는 10억원 미만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는 공정위 송무담당관실 소속 김의래 과장, 이준헌 과장, 이지훈 서기관, 권혜지 사무관 등이 소송을 전담했다. 이례적으로 매 변론기일에 참여해 대응 전략을 짰다.

퀄컴과 공정위 양측이 법정에서 주고받은 답변 자료만 7만4810쪽에 달했다. 김의래 과장은 "공정위 측으로 보조 참가했던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소를 취하해 당황한 적도 있다"며 "퀄컴의 지배력과 힘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떠올렸다.

당초 삼성전자와 애플은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했으나 퀄컴과 라이선스 계약을 확대 체결하면서 소송 중도에 철회한 바 있다.

힘겨운 싸움 끝에 얻은 승리는 값졌다. 사건에 참여했던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앞서 퀄컴의 갑질 행위를 가장 먼저 제재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며 만족했다.

이 사건은 법서 승소에 이르기까지 타이틀에 걸맞게 5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2014년 8월 공정위는 퀄컴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에 대해 직권 조사에 착수했다. 2016년 12월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고 "퀄컴이 칩세트 공급과 특허권을 연계해 확보한 시장지배력으로 정상적인 경쟁을 방해하고 특허권을 독식했다"며 제재를 했다. 2017년 2월부터 전날까지 기나긴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라는 기록도 남겼다. 앞서 공정위는 호남철 담합 사건에 4355억원, 6개 LPG 사업자 담합 사건에 38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 사건은 공정위 조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퀄컴 사건을 계기로 공정위는 지식산업감시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국제 사건에 자신감을 얻는 계기도 돼 글로벌 제약업체, 구글 등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kwat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