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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금융그룹 사외이사…‘괴물’을 경계하라

금융지주 회장을 뽑을 때만 되면 금융권이 떠들썩해진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즉 회추위 때문이다.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는 국내 금융지주의 주주 구성에서 회추위의 단독 추천을 받기만 하면, 연봉 수 십 억원에 자산 수 백 조원의 초대형 금융그룹 경영권을 손에 쥘 수 있다. 그래서 늘 등장하는 지적이 ‘거수기’ 사외이사이고, 해마다 소리가 커지는 주장이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다.

회추위는 사외이사가 과반이상이다.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사외이사는 주로 사외이사가 추천한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사외이사가 과반이다. ‘셀프추천’은 어렵지만, ‘상호추천’, ‘순환추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부에서 주주 추천을 받기는 하지만 과정이 비공개다. 법규상 ‘경영참여’ 목적을 명확히 하지 않는 주요주주들은 이사 후보 추천을 할 수 없다.

아직 경영진이 사외이사 선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현행 법규에서는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는 사외이사가 실력을 발휘할 경우 경영진의 발목을 잡기에도 충분하다. 임원선임과 보수, 위험관리 등 전반에 걸쳐 사외이사가 과반이 아닌 이사회 조직이 없다. 일례로 최근 신한지주 회추위는 그룹 내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면 비공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재임 때부터는 1년 단위로 주총의 재신임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사추위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가 낙마한 경우는 거의 없다.

금융회사 사외이사의 경우 적게는 연간 5000만원, 많게는 1억원 가까운 보수를 받는다. 상근도 아니다. 한 회사에선 최대 6년, 한 그룹에서는 최대 9년간 근무할 수 있으니 상당한 액수다. 현행법에서는 회사와 사외이사간 이해관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법인의 경우 매출의 1/10, 자문계약의 경우 ‘주된’이란 조건이 기준이다. 법적 자격충족 여부 확인은 대부분 후보자 본인 소명에 그친다.

한 국립대 교수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기업으로부터 기술자문료를 받고 신고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학교재단도 관점에 따라 이익집단이 될 수 있다.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구성원 또는 해당 기관과 직접 거래가 아니라도, 초대형 금융그룹이라면 간접적으로 이해를 돕거나 편의를 봐줄 여지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은행과 은행을 지배하는 금융지주는 민간기업이지만 공적 성격이 강하다. 정부가 인허가권을 관리하고, 무엇보다 유사시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정부지원 가능성에 힘입어 자체 체력 대비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자금인 국민연금이 대부분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사외이사가 최대주주 또는 경영진과 결탁해서도 안되지만, 스스로 권력이나 이권을 추구하면 더욱 안된다. 애초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게 사외이사의 출발점이었다면, 최대주주가 아닌 주주들의 대의(代議) 기관이 되어야 한다. 사외이사에 대한 주주들의 실질적 통제장치 없이 독립성만 강조한다면 ‘통제불가’의 괴물이 될 수도 있다. 검찰처럼.

사외이사에 대한 감시 및 통제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외이사보다는 주주대표로 꾸려지는 이사회가 바람직해 보인다. 그래야 최대주주는 물론 주주상호간 협력과 견제를 바탕으로 투명한 경영이 이뤄질 수 있다. 때만 되면 반복되는 금융그룹 인사 논란도 그래야 사라질 듯 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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