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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남준이 잇고, 백남준을 이은…‘한국의 비디오아트’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비디오아트 7090’
1970~1990년대 세대별 특성·변화 조명
김구림 등 60여명 작가 130여작품 선봬
1세대 작가 박현기 대표작 ‘무제’ 눈길
미디어 발달에 따른 작업 변화 재미도
백남준 이전에도 이후에도 한국 비디오아트계엔 수많은 작가들이 있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작업도 변화했고, 사회의 변화에 따라 컨텐츠도 달라졌다. 이들의 작업을 연대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비디오아트 7090’전을 내년 5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사진은 백남준,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 비디오, 38분, 미국 영상자료원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박현기, 무제, 1979, 돌(14개), 모니터(1대), 120x260x26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비디오아트=백남준’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백남준은 분명 가장 파괴적인 영향력을 지녔던 작가이지만, 한국 비디오아트를 채웠던 수많은 작가들도 분명히 존재했다. 백남준 이전과 이후, 한국 비디오 아트 30년을 조망하는 기획전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은 11월 28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한국 비디오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를 개최한다. 1970년대 비디오아트에서 시작해 1980~1990년대 장치적 비디오 조각, 영상 이미지와 서사에 주목한 1990년대 후반 싱글채널 비디오까지 세대별 특성과 변화를 조명한다. 김구림, 박현기, 김영진, 육근병, 김수자, 함양아, 문경원, 전준호 등 국내 작가 60여명의 130여개 작품이 나왔다.

전시에선 백남준을 변곡점으로 특정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백남준이란 브랜드가 너무 강해서인지, 그를 중심으로 작가들의 작업을 살피게 된다. 또한 TV, VCR, 비디오 카메라, 컴퓨터 등 미디어 기술 발달에 따라 작업양상이 변화하는 것을 살피는 재미도 상당하다.

전시는 ‘한국 초기 비디오 아트와 실험미술’, ‘탈 장르 실험과 테크놀로지’, ‘비디오 조각/비디오 키네틱’, ‘신체/퍼포먼스/비디오’, ‘사회, 서사, 비디오’, ‘대중 소비문화와 비디오 아트’, ‘싱글채널 비디오, 멀티채널 비디오’등 7개 주제로 구성된다.

가장 흥미로운 파트는 1970년대다. 한국 비디오 아트의 태동기이기도 한 이 시기엔 김구림, 박현기, 김영진, 이강소 등이 활동했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 한국 비디오아트의 원형을 만날 수 있다. TV와 영상을 작업의 한 재료로, 매체로 활용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특히, 한국 1세대 비디오작가인 박현기(1942-2000)의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돌사이 돌의 영상을 담은 모니터를 쌓아올린 그의 대표작 ‘무제’(1979)가 나왔다. 실재하는 돌과 돌의 허상(영상)을 중첩시켜 실재와 가상, 실상과 허상에 대해 질문한다. 상파울로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물기울기’도 사진으로 나왔다. 물의 영상을 담은 TV를 작가가 이리저리 돌려가며 들어 마치 TV안에 물이 담겨있는 것 처럼 보인다.

1984년 1월 1일 인공위성을 통해 전세계 동시 송출된 백남준의 대표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 1992년 독일 카셀의 프리데치아눔 미술관 앞 광장에서 선보인 육근병의 ‘풍경의 소리+터를 위한 눈’(재제작)은 1980년대말과 1990년대초반의 주요 작품들이다.

이후 신체 미술과 퍼포먼스에 기반을 두고 전개된 오상길, 장지아, 김승영의 비디오 퍼포먼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물결 속 이를 담아낸 이용백, 함경아, 김범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비디오아트의 태동과 전개 양상을 입체적으로 살펴보고 향후 그 독자성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한 초석”이라고 설명했다.

설명대로 시대별로 한국 비디오미술의 흐름을 살펴볼 순 있으나, 전시의 규모가 상당히 방대하다. 과천관 2층과 3층 전체를 전시에 활용한다. 각 작품들 마다 러닝타임도 상당해 모든 작품을 꼼꼼히 보려면 하루는 족히 걸린다. 전시는 내년 5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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