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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누에의 새로운 도전

  • 기사입력 2019-12-0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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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가 번데기가 될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실을 토해 만드는 집을 누에고치라고 한다. 그리고 이 누에고치에서 비단의 원료가 되는 실, 즉 생사(生絲)를 뽑아낸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잠사활동은 조선시대부터 활발했다. 서울의 ‘잠실’이란 명칭은 조선 왕실에서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 이곳에 누에가 먹는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사육하는 곳, 즉 잠실(蠶室)을 두었던 데에서 유래했다. 일종의 ‘국가산업’이었던 셈이다. 생사 생산을 위해 누에를 사육하는 양잠산업은 산업화 초기단계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해외에 수출할 공산품이 거의 없던 1960~70년대 당시, 누에고치에서 뽑은 생사류는 국가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 생사류 수출은 연간 1억 달러를 넘어 1975년에는 사상 최대치인 1억1400만 달러로 전체 농산물 수출의 52%를 차지했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임금상승, 해외 저가 원물수입, 화학섬유 수요증가 등으로 국내 양잠산업은 크게 위축되었다. 농가수와 생산량도 급격히 감소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양잠산업을 한물간 산업, 경쟁력을 잃은 사양산업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1차 농산물인 생사류 원물시장은 철저히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구조다. 인건비 등 생산원가가 오르면 더 이상 관련 산업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60~70년대 우리나라 양잠산업이 호황을 누리다가 급속하게 쇠퇴하게 된 원인도 중국과의 인건비 차이 때문이었다. 인건비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를 유지한 중국시장에 자리를 내어주었던 것이다.

중국 역시 최근 급격한 산업화 및 인건비 상승으로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재는 인도가 세계 생사류의 주요 공급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면 농산물 수출이 1차 원물에만 의존하는 패턴에서 벗어나게 된다. 원물 수출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생산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닌 자원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양잠산업은 ‘기능성 식품’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했다. 생사류 생산에 국한시키지 않고 누에, 동충하초, 오디 등 양잠산물을 기능성 먹거리로 새롭게 해석하여 접근한 것이다. 누에가루는 체내 혈당을 낮추는 효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뽕나무 열매인 오디와 뽕잎, 동충하초는 노화억제, 성인병 예방 등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기능성 양잠산물의 해외수출 확대를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대한잠사회는 최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능성 양잠산물의 유통과 수출이 활발해지면 양잠산업이 우리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차원에서도 기능성 양잠산물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2009년 기능성 양잠산물 육성 및 지원에 관한 관련 법률이 제정되었으며, 식품뿐만 아니라 누에를 인공뼈·관절, 화장품 소재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업의 부가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토지가 좁다, 인건비가 높다’ 우리 농업의 한계를 지적할 때 자주 나오는 말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이야말로 농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도록 손발을 묶는 접근이다. 양잠산물의 가능성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 양잠산업처럼 농업의 또 다른 가치, 새로운 경쟁력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 포화상태에 이르러서 출혈경쟁이 불가피한 시장을 레드오션이라고 부른다. 하던 것만 하던 대로 해서는 레드오션을 피할 수 없다. 새로운 해석과 접근이 블루오션을 만들고 우리 농업의 가치를 풍성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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