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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가요계 고질적 병폐 음원 사재기, 어떻게 막을수 있나?

-음원 사재기 의혹은 해결이 안되면서 왜 계속 문제로 불거지기만 할까?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음원 사재기 의혹은 가요계의 해묵은 숙제다. 최근 그룹 블락비 박경이 음원 사재기 의혹과 관련해 실명 저격함으로써, 음원사재기 의혹이 다시 가요계를 강타했다.

저격을 당한 그룹 바이브가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을 이유로 박경을 고소한 데 이어 실명 적시된 다른 멤버들도 고소장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오히려 박경의 노래 ‘자격지심’(ft.여자친구 은하)을 스트리밍하며 박경을 응원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음원 사재기 근절을 열망한다. 이에 따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음원사재기 예방 및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 환경 조성을 위한 ‘온라인 음원차트와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공정성 세미나’를 오는 9일 2시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개최한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나 음원 사이트 차트 순위를 올리기 위해 음원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수법인 음원 사재기가 가요계에 분명히 존재한다. 이 작업을 해주는 ‘중간업자’의 존재도 자주 거론돼왔다. 하지만 박경에 의해 실명으로 거론된 가수들이 실제 음원사재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억울한 가수도 있을 수 있다. 그런 가수는 실명에 의한 의혹 제기만으로도 큰 상처와 피해를 입은 상태라며 지금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음원 사재기 의혹이 나오면 당사자 대다수는 음원사재기가 아닌 바이럴 마케팅의 결과일 뿐이라고 해명해왔다. 음원사재기는 불법이지만 바이럴 마케팅은 불법이 아니다. 그러니까 ‘기계픽’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것이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가리기는 매우 힘들다는 얘기다.

음원 사재기 의혹은 해결이 안되면서 왜 계속 문제로 불거지기만 할까? 그것은 뉴미디어 등장에 따른 음악 플랫폼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아이돌그룹의 노래들이 주로 음원차트의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발라드가 음원차트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이 노래를 발표하면 팬들이 알아서 지상파와 케이블 음악 프로그램 1위와 음원 차트 1위에 오를 수 있게 열심히 ‘총공’과 ‘스밍’의 ‘팬질’을 했다.

하지만 TV 음악 프로그램 시청률이 1%도 안되는 시대다. 스마트폰을 통해 페이스북과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시대다. 그러니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원곡뿐만 아니라 수많은 커버곡 영상을 올리는 마케팅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말하자면 TV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신곡을 홍보하듯이, 이제는 페이스북을 통해 광고하는 것이다.

이를 본 이용자들이 그 음악을 음원차트에서 스트리밍, 또는 다운로드해서 듣는 사람이 많다면 그 노래의 순위가 올라간다. 이것이 바이럴 마케팅이다. 이런 사례를 음원 사재기 프레임으로 몰고가면 곤란하다. 발라드곡이 요즘 음원차트에서 잘 먹히는 것은 이것과 코인노래방(혼코)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하지만 바이럴 바케팅은 실패할 수도 있다. 커버곡들만 들어본 대중들이 실제 음악을 별로 듣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음원 사재기는 경우가 다르다. 명확한 불법이다. 2015년 9월에도 JTBC ‘뉴스룸’이 일부 대형 기획사의 음원 사재기 의혹이 파장을 낳고 있다고 보도해 큰 이슈가 된 적도 있다. 대형 음원 사이트 멜론에 아이디를 수천개 만들어놓고, 특정 가수의 노래만 스트리밍하거나 다운로드받는다는 게 주내용이었다.

멜론에서 특정 그룹의 팬으로 등록돼 있는 아이디 3만여 개를 일일이 분석한 결과 가짜로 의심되는 동일패턴 아이디가 1300여 개나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들은 음원 사재기에 이용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동일 패턴 아이디란 앞의 영어 조합은 같지만, 뒤 숫자만 다르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 정도로 밝혀졌는데도 더 이상의 수사가 진전되지 못했다. 음원 사재기 불법은 엄연히 있는데도 처벌이 되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또 나타나는 식이다.

그동안 음원 순위를 조작해 순위를 올려주겠다는 브로커가 있다는 얘기는 업계에서 무성하지만, 명확한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컴퓨터 서버를 외국에 두고 치고 빠지기 때문에 수사와 단속이 어렵다.

2018년 가수 닐로의 ‘지나오다’의 멜론 실시간 차트 1위와 가수 숀의 ‘Way Back Home’가 음원 차트 1위뿐만 아니라, 단 한 번의 방송 출연도 없이 음악프로그램 1위까지 올라 ‘음원 사재기 논란’으로 확산됐지만, 의혹으로 끝났다.

최근에는 지상파와 케이블 가요프로그램 1위곡과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른 곡들이 다른 경우가 매우 많다. 대중들은 이런 순위, 이런 차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하루만에 음원 차트 1위에서 내려오더라도 이 차트가 방송관계자들에게는 하나의 중요한 선정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도 특정 책을 읽겠다는 생각이 없는 독자가 베스트셀러 위주로 선택하듯이, 음악도 음원차트를 보고 인기곡 위주로 듣는 경우가 많다. ‘차트’에 노래가 올라가야 ‘인기’가 생기는 원리다. 음원사재기는 가요계에 근절돼야 하는 사안이지만, 대형기획사 소속 가수가 1등 하면 당연한 것이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가수가 1등 하면, 무조건 ‘듣보잡’이 어떻게 1등할 수 있느냐는 시선은 지양되어야 한다.

음원 사재기 의혹은 철저한 수사만이 가요계가 살 길이다. 많은 피해자를 낳고, 누구도 음원 차트를 신뢰하지 못한다. 따라서 가요계를 죽이는 브로커를 동원한 사재기가 있다면 적발해야 한다. 브로커 사재기와 특정 가수 팬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은 구분해야 되고, 팬덤의 아이디가 이용당한 것인지의 구분도 명확히 해야 한다.

음원회사들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멜론·지니·네이버뮤직·벅스·소리바다·엠넷닷컴 등 음원 서비스 사업자가 심야시간대인 오전 1~7시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freezing)’을 적용하는 것은 사재기 논란을 막는 방법중 하나다. 음원 소비량이 급감하는 심야시간대를 노린 음원 사재기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새벽시간대의 차트 집계를 제외시키는 전략이다.

하지만 100% 음원 사재기 시도를 원천 차단하려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음원 서비스 사업자들이 실시간 차트 순위를 없애거나, 유지한다면 차트 순위 집계방식을 좀 더 자세하게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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