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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역내경제동반자협정(RCEP) 내년 서명 가능한가

  • 기사입력 2019-11-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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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내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아세안 10개국,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을 포함하는 총 16개국으로 구성된 범아시아 무역협정이다. 지난 11월 4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제3차 RCEP 정상회의에서 “협정문 기반 협상(text-based negotiations)” 타결을 선언했다. 협정문만을 타결했다는 것은 관세철폐 시장개방 등 핵심내용에 대한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국내외 언론은 서둘러 협상 타결을 발표한 배경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더구나 이번에 발표된 협정문에 대한 협상은 사실상 지난해 합의됐던 내용이다. 문제는 인도였다.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내건 모디 정부지만 개방정책에 대한 국내의 반대 극복에는 힘이 부치는 모양이다. 이번 협상 타결 발표에 대해 인도는 불만을 드러냈다. 인도와의 합의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RCEP 협상이 아직 타결되지 않은 것으로도 볼 수 있고, 굳이 협정문을 타결했다고 정상들이 RCEP 협상을 타결한 것처럼 치하하기에는 내용이 턱없이 모자란다.

이번에 협상 타결을 발표한 것은 몇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딱히 발표할 내용이 없었다. 7년째 협상이 진행됐고, 세 번째로 RCEP 정상회의를 개최했기 때문에 회원국들은 뭐라도 진전이 있음을 과시할 필요가 있었다. 또 다른 요인으로 미·중 통상갈등 장기화에 대응방안으로 RCEP을 내세우고 싶을 것이다. 더구나 인도를 제외한 RCEP은 인도-태평양 동맹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동맹을 추진해 온 일본이 인도 제외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기관은 RCEP가 우리나라 GDP를 상당부분 개선시킬 것으로 추정하지만 과대추정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통일원산지기준 등의 혜택을 내세우지만 자유무역협정(FTA) 이익의 핵심부분인 관세자유화에서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 측면보다는 범아시아 협정이란 상징성에 방점을 둬야 할 것이다. 7년째 협상을 해도 여전히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RCEP에 대한 ‘피로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협정문 협상 타결 발표는 다분히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RCEP 선언문에는 내년도 협정 서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가 빠졌으니 가능할 수 있겠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대부분의 FTA 협상에서 시장개방 협상이 협정문 협상보다 몇배 어렵다. 협상 타결 막바지까지 기싸움을 하는 분야가 시장개방 협상이다.

RCEP 시장개방 협상은 쉬운 측면과 어려운 측면이 상존하고 있다. 이미 체결된 양자간 FTA의 경우, 시장개방 협상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제외한 모든 RCEP 회원국과 FTA 협상을 발효시켰다. 하지만, 일본과 시장개방 협상은 최근의 한일 관계만큼이나 어려울 수 있다.

2003년 한일 FTA 협상을 개시했으나 시장개방에 대한 입장 차이로 협상 1년만에 중단된 바 있다. 이후 일본측의 협상 재개 요청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우리나라가 응하지 않았다. 산업계에도 일본과의 시장개방 협상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가 내년중에 협상 타결을 자신한다면 상호 민감한 분야를 제외하거나 장기간의 이행기간을 부여해 사실상 ‘영양가’ 없는 FTA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시장개방이 FTA 이익 창출의 핵심요건이란 점을 고려하면 현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RCEP로 인한 경제효과는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굳이 혜택을 찾는다면 첫 메가 FTA에 참여하는 것이며, 일본과 처음으로 포괄적인 형태의 통상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RCEP의 가장 큰 목표는 아세안, 인도 및 중국과 체결한 양자간 FTA의 부실한 시장개방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이 목표에 한참 벗어나 있다. 더구나 신남방정책의 ‘꽃’이라고 하기에는 협정의 함량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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