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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박인호 전원 칼럼니스트] “100세까지 가능?” 농부 정년의 진실

“농부는 참 좋은 직업이지요. 누가 나이 많다고 그만 두라는 것도 없고, 몸만 받쳐주면 100세까지도 일할 수 있으니까요.”

“농업은 정년 없는 평생직장이고, 농부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의 인생을 사는 멋진 직업이지요.”

흔히 귀농·귀촌(특히 귀농)을 홍보하거나 교육하는 이들은 농부란 직업의 매력을 이렇게 예찬한다. 언뜻 그럴듯하다. 특히 50~60대 도시인들은 정년이 없다는 말에 한껏 고무된다. 그리고 농부로서 희망찬 인생2막의 꿈을 펼치고자 귀농을 결행한다. 2018년 귀농인 중 50~60대가 65.5%를 차지한다. 그런데 정말 농부는 정년이 없는 걸까.

정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농가(2018년 말 기준 102만1000가구) 가운데 70세 이상 농가가 전체 32.2%로 가장 많다. 고령인구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농가의 비율은 44.7%로 우리나라 전체 고령인구 비율(14.3%)의 3배가 넘는다. 현재 직장인 정년이 60세인 점을 감안하면 “농부는 정년이 없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농사짓는 고령 농부가 많다는 것과 ‘정년이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우리나라 전체농가 중 경지규모 0.5헥타르(1500평) 미만 농가가 전체 47.2%에 이른다. 소득은 또 어떤가. 농축산물 매출이 연 120만원 미만인 빈곤농이 전체 23.6%, 120만~1000만원 미만은 41.3%로, 결국 농사만 지어서는 먹고살기 어려운 농가가 전체 64.9%에 달한다. 많은 고령농부들이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나마도 본인이 원해서 농사짓는 고령농이 얼마나 되겠는가. 일부 부농을 제외한 대다수 고령농부들의 속마음은 아마도 이렇지 않을까.

“허리·다리도 아프고 기운도 딸리지만 그만 둘 수가 없다. 왜냐하면 농사지을 땅이 눈앞에 보이는 데다 동네 농부들 연령대가 엇비슷한데 혼자만 그만두기엔 눈치가 보인다. 더군다나 도시에 사는 자식들도 ‘이젠 농사 그만 지으시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강하게 말리지는 않는다.”

따지고 들어가 보면, 농부의 정년은 이미 여기저기에서 드러나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과 법률에서 농지의 임대차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60세 이상 농부가 5년 이상 농사를 지어온 농지의 임대는 허용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는 보험사에서 보험금 등을 지급할 때 피해자가 농업인인 경우 다른 육체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정년을 65세로 본다. 고령 은퇴농의 생활안정을 위해 지급하는 경영이양직불금도 65세부터 신청할 수 있다. 소유농지를 담보로 노후생활 안정자금을 매월 연금으로 지급받는 농지연금제도 또한 만 65세 이상 농업인이 그 대상이다.

심지어 각종 귀농인 지원책도 그 대상 자격을 만 65세로 제한하고 있다.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선 70세 이상 고령농을 대상으로 농작업 대행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농부의 정년은 대략 65세 전후로 볼 수 있다.

농촌에서 농업으로 승부를 걸어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최소 5년, 보통 10년은 내다봐야 한다.(많은 전문가들 얘기가 그렇다). 만약 55세에 귀농하면 5년 후엔 60세, 10년이면 65세가 된다. 바로 ‘정년 사정권’에 진입하는 것이다. 직장 정년퇴직(60세) 후 귀농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50~60대 도시인들에게 감히 말한다. “농사만 지어 (고)소득을 올리겠다면 아예 귀농하지마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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