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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년만에 ‘돛’ 달고 항해…‘시티팝 시조새’ 김현철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가수 겸 프로듀서 김현철(50)이 13년만에 정규앨범 10집 ‘돛’을 내놓았다. CD 두 장에 무려 17곡이나 담았다. 순차적으로 두 장의 LP레코드로도 발매된다. 디지털 음원 소비 패턴과는 사뭇 다른 제작 및 유통방식이다.

김현철은 시티팝의 시조새다. 시티팝이란 1980년대 부흥했던 도회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는 음악 스타일이다. 김현철과 윤상, 고(故) 신해철, 공일오비 등의 음악에서 묻어있다. 김현철은 1989년 1집을 통해 발표한 세련된 재즈풍의 ‘춘천 가는 기차’와 1993년 3집 ‘달의 몰락’ 등을 발표하며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뮤지션이다. 동요라는 말 대신에 ‘키즈 팝’이라는 이름으로 2장의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작곡가로, 또 가수 이소라 등의 프로듀서로 활동을 겸했지만, 자신의 음악의 길을 꾸준히 잘 지켜오고 있다. 그런데 그런 시티팝이 요즘 다시 유행하고 있다.

“요즘 젊은층이 시티팝을 좋아한다면 시대가 그것을 좋아한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저의 음악은 제가 만든 음악이라고 생각 안하고, 시대가 만든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그렇게 됐기에 그런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거다. 꽃이 스스로 어떻게 피어있는지 모르듯, 나도 시티팝이 뭔지 모른다. 그건 듣는 사람이 평가할 문제다. 음악은 발표하면 듣는 사람의 소유물이다.”

김현철은 이번 앨범을 발매하는 게 녹록치 않았다고 했다. 13년만에 정규앨범을 낸다는 건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이번 앨범은 내도 되는지 의문이 많이 들었다. 시시각각 달라졌다. 하지만 첫 삽을 뜨는 순간 그런 생각은 없어졌다. 일단 내놓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김현철은 30년전 이미 천재 뮤지션 소리를 들었던 능력자다. 재즈를 대중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연륜이 쌓인 쉰 살에는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겸손하게 표현한다.

“1집~3집때 잘난 사람은 저 하나였다. 저만이 최고 자리가 되어 있는 곳이 아니면 가지 않았다. 나이를 먹고, 자기 주제를 알면서,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점점 알게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이 아주 조그만 거 구나, 이걸 감성으로 한번 표현해보자는 생각이다. 예전에는 모든 걸 다 하려고 했다. 줄어드는 게 나쁜 건 아니라고 본다.”

이번 앨범 제목이 ‘돛’이 된 이유인 첫 곡은 100대 명반에 빛나는 듀오 ‘시인과 촌장’의 2집(1986년) ‘푸른 돛’의 리메이크곡으로 13년만에 다시 음악 항해를 떠나는 김현철의 각고를 웅장한 코러스와 악기구성으로 담은 트랙이다.

자작곡인 ‘We Can Fly High’와 박원이 피처링에 참가한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했다. ‘We Can Fly High’에는 김현철 시티팝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곡으로, 자신감 있게 다시 한번 날아오를 희망을 담았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는 김현철표 발라드다.

후배들을 위로하는 노래 ‘꽃’도 김현철이 직접 작사 작곡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풀어냈다.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절망 대신 희망을 전했다. ‘꽃은 절대 알 수 없는 게 있지/피어 있을 땐 자신이 꽃이라는 걸/그러나 모두 지고 난 후에야 알게 되지/그토록 아름다운 꽃이었음을’이라는 가사가 절실하게 와닿는다.

“젊은 친구들이 앞길이 창창한데, 삶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친구들에게 드리는 노래다. 연예인 동료 후배뿐만 아니라, 나도 앞으로 어떤 굴곡이 올지 모른다. 나에게 부르는 노래일 수도 있다.”

김현철은 지난 5월 ‘10th-프리뷰’를 통해 마마무 휘인·화사, 옥상달빛, 죠지, 쏠 등과 협업을 했다. 이번에도 마마무 휘인 화사, 죠지에 이어 박원, 백지영, 박정현, 정인, 새소년 황소윤, 주식회사(정치잔 심현보 이한철) 등 많은 후배와 동료들과 함께 했다.

김현철은 “노래 잘하는 후배들이 너무 많다. 내가 잘 모르는 후배들을 인터넷으로 수소문해 만난 경우가 많았다”면서 “너무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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