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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은 아직 떠나지 않았다…당일치기로 즐기는 '경기도 광주'의 늦가을
가을이 저물어가는 경안천 습지생태공원 산책로. 다정히 손잡고 걸어가는 노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다.

[헤럴드경제(광주)=수능일을 기점으로 수은주가 뚝 떨어지더니 다시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겨울은 들이닥칠 준비를 하고 있고, 가을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스며드는 찬 기운에 옷깃을 여미기 바쁘다보니 여행길을 나서기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굳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짧지만 아름다운' 가을 끝자락을 즐길 수 있다. 서울 바로 옆에 위치한 경기도 광주는 가볍게 나들이 하려는 이들에게 적당한 선택지다.

이것 저것 검색하기도 싫다? 그러면 수많은 사람들이 출퇴근할때 지나기도 하고, 가볍게 산행에 나서기도 하는 남한산성으로 가보라.

경안천 습지생태공원 물 위에서 노니는 철새들.

주차도 여유있고, 코스도 다양하다. 굳이 정상에 오르기 싫다면 맑은 공기를 마시고 내려와 동반자들과 막걸리 한잔 주고 받고 돌아와도 충분하다. 김훈의 소설로, 또 수많은 사극에서 다뤄졌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한 남한산성은 수어장대를 비롯해 동서남북문 어디를 가더라도 부담스럽지 않다. 전시에 궁궐을 대신했던 남한산성 행궁도 둘러볼 만하다.

가까운 퇴촌으로 가서 경안천 습지생태공원을 거닐어 보는 것도 좋다.

갈대와 나무, 습지가 봄, 여름, 가을까지 어우러진 경안습지생태공원은 다양한 철새들이 물 위에서 노니는 곳이다. 73년 팔당댐이 건설되면서 일대 농지와 저지대가 물에 잠긴 이후 자연적으로 습지로 변한 독특한 경안천 습지생태공원은 다양한 수생식물과 갖가지 철새와 텃새가 서식하게 되면서 조류관찰과 자연학습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공원 둘레로, 또는 습지 위로 잘 정돈된 산책로가 조성되어 가족단위로 산책나온 시민들과 자건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분원백자박물관. 광주는 조선시대 조정에 자기를 구워 올리던 사옹원 분원이 있던 곳이다.

습지는 자연정화기능이 탁월해 수질환경개선에 큰 도움이 되고있어 점차 그 범위를 확대 조성할 계획에 있으며, 이곳 공원은 습지상태 자연 학습장으로 개인 및 단체 관람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습지 위로 가마우지 왜가리 청둥오리 큰덤불해오라기 등이 물 위에서 한가로이 떠다니거나 갈대 사이에서 쉬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 전보다는 새들의 군무를 보기는 어렵지만 쓸쓸한 풍경을 거닐어 보는 맛도 나쁘지 않다. 벤치에서 사이좋게 싸가지고 온 간식을 나눠 먹고 조용히 산책을 즐기는 노부부의 모습도 그대로 풍경이 되었다.

퇴촌에는 해발 667m의 앵자봉에 천진암이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앵자봉은 꾀꼬리가 알을 품고 있는 산세로 정상에 오르면 동쪽으로는 양자산이, 서쪽으로는 무갑산이 내려다보인다. 높은 편은 아니지만 신유박해 때 가톨릭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들기도 했다. 한국천주교회의 발상지 천진암이 있어 천주교인들에겐 '천진암 성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천주교 창립선조 5위의 묘가 모셔져 있고 강학기념비, 한국천주교 창립연구원, 성모경당, 광암성당, 한국천주교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후기에 천주교라는 새 종교는 광주지역에서 자라나 전파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새로운 사상·종교의 수용은 조선의 기존 가치 및 사상체계와 충돌하였으며, 특히 조상제사 문제를 통해 표면화되었다. 그 결과 천주교의 수용·확산 과정은 처음부터 이념논쟁과 함께 탄압과 박해로 이어졌고, 그 시초 역시 광주지역에서부터 출발하였다.

광주지역은 한국천주교의 발상지로, 중국에서 들어온 서학서를 통해 가장 먼저 천주교 신앙이 자생적으로 연구되고 실천되었다. 세계적으로 선교사도 없이 강학과 포교가 이뤄진 이곳의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이후 천주교는 경기도 여주·광주·이천·포천 지역으로 확산되었고, 이어 충청도 내포·충주, 전라도 전주·진산 등지로 널리 전파되었다.

광주로 가는 길목에는 베이커리 카페가 많이 들어서 있다. 카페 오로라의 야외테이블에서 바라본 한강.

남종면에는 분원백자박물관이 있다. 분원리에 있는 분원도요지와 함께 둘러보면 의미가 있다.

지금도 도자기로 유명한 광주 일대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사용하는 도자기를 생산하는 관요(官窯)가 전역에 걸쳐 산재해 있던 지역이다. 이를 관장하던 기관인 사옹원(司饔院)의 분원(分院)이 현재의 남종면 분원리에 설치되어 질 좋은 백자가 많이 생산되었다. 분원도요지 근방에는 예전에 가마를 굽던 가마터를 보존해 놓았다.

2003년 개관한 분원백자관은 분원초등학교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조선시대 관영사기의 변천과 도자 역사를 한자리에서 보여주고 있는 교육장으로 쓰이고 있다. 조선도자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많은 학생들이 현장학습으로 많이 찾고 있다. 한가로운 강변에 세워져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이 폐교 터는 1752년 조선의 마지막 관요가 설치되었다가 1884년 민영화 된 곳이라고 한다.

광주를 오가다 보면 강변에 베이커리 카페들이 제법 많이 자리하고 있다. 드라이브를 하거나, 강을 바라보며 커피와 빵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주말이면 도로를 가득 메운다.

카페 오로라의 정현채 파티셰리는 33년 경력으로 60여가지 빵을 내놓고 있다.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던 오로라 카페는 강이 바라보이는 실내와 야외 테이블 좌석과 함께 다양한 빵을 내놓아 입소문이 난 곳이다. 다양한 빵과 디저트로 알려진 이곳에는 제빵관련 스태프가 7명, 커피쪽이 2교대로 12명이 일하고 있다.

특히 33년 제빵 경력의 정현채 파티셰리가 60가지 정도의 빵을 만들고 있다. 한국제과고등기술학교에서 제빵을 익혀 일을 시작했지만 빵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 가게를 접고 일본과자전문학교를 2년간 다녔다. 이후 일본과자점에서 실제로 디저트를 만들면서 다양한 종류의 레시피를 익혔다고 한다. 지금도 새로운 디저트를 배우기 위해 일본에 자주 건너가고, 1년에 한번 INBP라는 프랑스국립제과제빵학교에 가서 견문을 넓히고 있다고 한다.

정 파티셰리는 특히 최고급 버터를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프랑스에서 수입하는 AOP버터는 프랑스 정부가 인정하는 버터로 정부 규격에 맞춰 키운 젖소의 젖으로 만든 버터다. 가격이 일반 버터의 3배라고 한다. 그는 "이때문에 이곳의 빵 가격은 착하지 않고, 초반에는 손님들의 가격저항이 컸다. 하지만 4개월 정도 지나면서 맛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지금은 폐점에 임박해 테이크아웃 고객에게 할인을 할 무렵이면 빵을 사가려는 단골들이 몰려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인기있고, 자신있는 품목으로 브리오슈를 추천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한가로운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또 1시간의 드라이브와 브런치를 즐기고 싶다면 경기도 광주로 떠나보는게 어떨까.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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