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경색된 한일 관계의 상징으로 최종 종료를 6시간 앞둔 한ᆞ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ᆞ지소미아)이 결국 우리 정부의 ‘중지’ 선언으로 효력이 연장됐다. 동시에 일본 정부도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해제를 발표하면서 한일 간 갈등은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강제징용공 배판 판결 등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어 양국 간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외교부 핵심 관계자는 22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 종료 결정 통보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일본 측과 합의했다”며 “동시에 일본은 수출 규제 조치를 당국 간 소통을 통해 재검토하고 3개 품목에 대해서는 수출 규제 강화 조치 이전으로 돌아가도록 재검토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전날까지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지소미아 종료 철회는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우리 정부가 종료 결정을 중지한다는 통보를 일본 측에 전달하면서 지소미아의 효력은 당분간 유지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나 WTO 절차가 취소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일본 측이 긍정적 방향으로 수출 규제 조치를 재검토하는 동안 잠정적으로 지소미아의 효력이 유지되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 지소미아는 언제든 다시 종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지소미아의 최종 종료 여부를 고심해왔다. 특히 지소미아가 최종 종료될 경우, 다시 협정을 체결하기 어려워진다는 점과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외교 채널을 통한 대화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점 등이 정부의 고심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종료 결정 중지와 동시에 일본 정부는 수출우대국(화이트리스트) 지정 해제로 대표되는 수출 규제 강화 조치 해제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개별 수출 허가로 전환되며 수출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했던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해서는 일본 기업의 한국 수출 실적이 쌓이며 자연스럽게 포괄 수출 허가로 전환될 수 있도록 재검토하기로 했다. 그간 “먼저 양보하라”며 평행선을 달렸던 양국이 동시에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며 외교가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해서는 개별품목별 한일 간 건전한 수출 실적 축적 등을 위해 재검토가 가능하도록 했다”며 사실상 일본 정부가 철회 계획을 전달해 왔음을 확인했다.

지소미아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궤적 등 민감한 군사 정보를 한일 양국이 서로 교환할 수 있도록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 등을 규정한 협정으로, 진통 끝에 지난 2016년 체결됐다. 한일 양국은 지소미아 체결 이후 지난 2016년 1건의 정보를 교환한 데 이어 최근까지 모두 32건의 군사 기밀 정보를 교환했다.

협정은 1년마다 어느 한 쪽이 종료를 요청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연장되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 8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이유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일본 측에 통보했다. 종료 결정 당시 정부는 “일본 측이 보안 문제를 이유로 우리 측에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한 만큼,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지소미아를 일본 측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종료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종료 결정에 미국이 “한미일 안보 협력에 지소미아가 필수적”이라며 공개적으로 종료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한미일 3국은 수개월 동안 지소미아를 둘러싼 신경전을 이어갔다. 특히 종료 막판 미국이 한일 양국을 모두 압박하고 나서며 양국은 외교 채널을 통한 대화를 막판까지 계속해왔다.

이날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길에 오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한일 외교당국 간 대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존 설리번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ᆞ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G20 회의에 참석하며 지소미아 종료 철회 이후 한미일 외교 수장들이 후속 논의를 계속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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