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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 한국당 파격 물갈이 추진 용두사미되는 일 없어야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에서 현역 의원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파격적인 공천안을 내놓았다. 물갈이 폭이 지난 20대 총선 현역 교체 비율의 2배가 넘는다. 사상 최대 교체율이라던 19대 때의 41%보다도 높다. 그야말로 역대급이라 할만하다. 한국당은 아예 해체하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당 안팎으로부터 전면적인 쇄신 압박이 쏟아지고 있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물갈이 카드를 빼든 데는 이런 까닭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이 발표한 공천 원칙을 보면 한국당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 잘 드러난다. 발표대로 한국당 소속 현역 의원 108명 가운데 54명 넘게 교체하려면 당장 지역구 의원 3명 중 1명 이상이 물러나야 한다. 당헌 당규상 연임이 불가능한 17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제외하면 지역구 의원 37명이 짐을 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을 빼더라도 최소한 30명 이상이 원천 배제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는 그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에 없던 일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자리는 참신하고 능력있는 새 인물로 채우겠다는 게 한국당의 복안이다.

대대적인 물갈이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한국당의 의지는 평가할만하다. 의도한대로 된다면 탄핵 정국이후 파당의 위기에 몰린 한국당이지만 내년 총선이 그리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나온 것은 숫자 몇 개에 불과하다. 공천관리위의 출범 시기, 컷오프의 기준과 평가 요소 등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진 건 하나도 없다. 총선기획단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하나 이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내부 반발과 갈등이 표출될 것이다. 이를 무마하고 원칙을 확고히 지켜내야 비로소 혁신의 진정성을 국민들로부터도 인정받을 수 있다.

실제 반발은 시작됐다. 위기감을 느낀 일부 현역 의원들은 “누가 누구를 개혁하느냐”, “철없는 아마추어들”, “기획단 구성부터 문제”라는 등의 격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당은 최근 황교안 대표 주재로 열린 청년과의 대화에서 ‘노땅 보수’라는 말이 거슬린다고 청년들의 쓴소리를 통째로 편집한 동영상을 올려 개혁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이런 상황인식으로는 아무리 혁신 공천을 한다해도 신뢰하기 어렵다. 한국당의 공천 개혁이 시작만 요란하고 뒷마무리가 어설퍼 용두사미라는 말이 나온다면 더 이상 기대난망이다. 더도 덜도 말고 딱 계획한대로만이라도 확실하게 추진해야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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