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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행 거부·美엔 양보압박…튕기는 北
김정은, 한·아세안 정상회의 초청 거절
제안한 사실 구체적 공개…새 명분 쌓기
美 실망감속 ‘대화의 창’은 계속 열어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나흘 앞둔 지난 21일 오후 부산 벡스코 야외광장에서 열린 ‘2019 국가 대테러 종합훈련’에서 육군 특수임무단이 인질 억류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

북한의 ‘새로운 길’을 향한 행보가 심상치 않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을 거절하는가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3차 북미정상회담에도 흥미가 없다고 거리를 뒀다.

여기에다 한미의 연합공중훈련 전격 연기 선언 이후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기대됐던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서도 미온적이다.

재키 월코트 오스트리아 주재 미 국제기구대표부 대사는 21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연설에서 “미국은 북한과 협상을 계속할 준비가 돼있다”며 “북미 실무협상을 재개하려는 미국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협상에 대한 진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위한 중요하고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국제 의무와 약속을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는 집단적인 요구에는 전혀 흔들림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대화의 끈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1일(현지시간) 베트남을 떠나기 앞서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 뒤 북한의 반응에 대해 “우리가 원했던 만큼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실망스러웠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적극적인 노선을 취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미국은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 때 제안한 이상의 새로운 셈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20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협상 후 북한에서 꽤 부정적 묘사가 있긴 했지만 우리는 양 정상의 비전을 증진할 실현가능한 조치들에 대한 매우매우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면서 “북한은 자체적 이유로 인해 실패로 규정하길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포함한 새로운 셈법 제시가 없다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미국에 연말까지 추가 양보하라고 압박하고 있는데 추가 양보를 얻지 못하면 자신들의 셈법에서 어긋나게 되는 것이니 결국 새로운 길을 가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협상 제의까지 공개하는 것은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명분축적용이라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북미협상의 실세라 할 수 있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 전략대화를 가진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북미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대비해 이미 뒷배를 강화한 중국과 함께 러시아와 정치·군사 분야 협력 강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로 해석 가능하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김 위원장 부산 초청에 대해 나름 정중한 형태를 갖췄지만 남측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가감없이 드러내면서 거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신 센터장은 “북한 입장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초청 자체가 뜬금 없는 것”이라며 “미국의 협상 제의와 함께 문 대통령의 친서 내용을 공개한 것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발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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