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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하나금투, 4000억 '해외부동산 유동화' 나선다
해외오피스·인프라 자산 모아
수천억 규모 해외부동산 구조화 상품 구상
업계 "당국 지적 후 마련된 또 다른 편법"
올해 하나금융투자가 투자한 체코 프라하 MPP 오피스 빌딩 [ARCADIS 홈페이지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최근 공격적으로 해외부동산 투자를 확대해 온 하나금융투자가 복수의 오피스, 인프라 자산을 한 데 모은 3000억원 규모 구조화 상품 구상에 나섰다. 여기에는 이미 기관투자자 대상 재매각(셀다운) 과정을 거친 뒤 남아 있는 물량도 포함돼 있다. 업계에서는 하나금투가 빠르게 하락하는 자본적정성을 관리하기 위해 일종의 '투자위험 파킹'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투는 최근 6개월 이내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한 해외 부동산(오피스, 인프라 등) 자산을 중심으로 3000억~4000억원 규모의 구조화 상품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구조화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는 퇴직연금 운용 기관들을 주요 고객으로 연 3% 중반대 금리가 책정되고, 1년 뒤에는 판매된 수익증권을 다시 하나금투가 재매입하는 확약 조건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투가 보증하는 단기채권 성격 상품치고는 높은 수익 조건이어서, 벌써부터 보험사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평가다.

그러나 업계의 관심은 상품의 흥행 여부보다는 이같은 구조화 상품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 쏠린다. 최근 일부 초대형 IB들이 해외부동산 투자시 직접 지분(에쿼티)을 보유하는 등 적절한 위험 인수를 병행하고 있지만, 이번에 알려진 하나금투의 구조화 상품처럼 일정 기간 뒤 투자부담을 전부 돌려받는 방식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하나금투가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자본적정성을 관리하기 위해 '임시방편'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자본적정성을 순자본비율(NCR,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차감한 뒤 필요유지자기자본으로 나눈 값)로 판단한다. 총위험액이 많아질수록 비율이 떨어지는데, 금융당국은 50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나금투의 NCR 비율은 지난 3분기 616% 수준으로, 지난해 말 1176% 대비 급격하게 하락하긴 했지만 아직 권고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평가사 등이 현 NCR과 함께 고려하는 영업용순자본비율(구NCR)을 보면 같은 기간 233%에서 147%로 떨어져 당국의 과거 시정조치 기준을 이미 하회했다.

특히 하나금투의 '우회' 부동산투자 방식은 자본적정성 관리와 관련해 이미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금융투자업규정 시행세칙 개정 이후, 부동산펀드에 투자할 시 반영되는 위험값 비율은 기존 24%에서 60%로 상향됐다. 이에 하나금투는 별도의 사모부동산투자신탁을 설립해 해외부동산에 투자한 뒤 이를 기초로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하고, 기초자산 수익률과 전단채 수익률의 차액만큼을 수수료로 취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투자위험값은 24%만 반영된다. 실질적으로 감당해야 할 리스크는 같지만, 중간에 추가 비히클을 둠으로써 위험값 반영을 최소화해 온 것이다. 현재까지 이같은 방식으로 중개해 온 부동산투자 규모는 시장에 알려진 것만 약 1조원. 최근 금융감독원이 진행하고 있는 부동산금융 테마 검사에서 이같은 점이 지적됐고, 그 결과 이번 구조화 상품과 같은 다양한 '부동산 유동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부동산금융 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투자가 최근 해외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딜 발굴 실력을 입증해 온 것은 맞지만, 자본규모에 비해 그 속도나 규모가 과한 측면이 있다"며 "당장은 리스크를 유동화해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겠지만, 3~4년 후 예상 가격으로 엑시트하지 못할 경우 맞닥뜨려야 할 리스크와 부담은 수년 뒤 직원들의 몫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 측은 이번 구조화 상품 출시는 자본적정성 관리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지난 3분기 말 당시에는 일시적으로 NCR이 떨어졌지만 현재는 929%로 올라왔고, 구NCR도 1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구조화 상품은 보험사 등 안정적 투자 자산을 원하는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에 응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1년 이후 재매입 확약' 조건이 포함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해당 구조로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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