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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최석호서울신학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문화전쟁과 문화모순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은 갖가지 전략과 전술과 구사하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한다. 그러나 의도적인 행위는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회나 문화도 마찬가지다.

한류와 케이팝의 성공을 구가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 대중음악의 사례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바를 살펴본다.

1950년대 중반 새로운 장르의 대중음악 록앤롤 열풍으로 한 차례 혁신을 일으키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미국 대중음악은 1960년대 비틀즈·롤링 스톤즈· 등 영국 대중음악 가수들에게 안방을 고스란히 내 준다. 1980년대 미국 대중음악은 다시 한 번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새로운 장르의 음악들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이즈음 뉴욕의 빈민가에서 차별받는 흑인의 일상을 노래하는 새로운 대중음악 랩과 새로운 대중문화 힙합이 등장한다. 뉴 라이트는 이들 흑인 대중음악을 예의 주시하면서 강력한 규제운동을 전개한다. 뉴 라이트의 규제에 직면한 래퍼들은 더욱 강력하게 저항하고 마침내 정치 랩으로까지 발전한다. 1980년대 미국 대중음악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지만, 정작 미국 내에서는 뉴 라이트의 규제와 랩퍼의 저항 간에 힘겨루기는 계속되었다.

1930년대 미국인의 국민정체성을 형성했던 라디오의 뒤를 이어서 1980년대 텔레비전은 온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된 파우러(Mark Fowler)는 각종 방송규제를 철폐함으로써 신자유주의를 구현한다.

탈규제와 함께 방송시장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중파 방송과 세분화된 목표고객을 대상으로 한 케이블 방송으로 양분된다. 공익보다 이윤을 우선하면서 상업화하기 시작한다. 양분화 과정에서 공중파는 시장지분을 빠르게 빼앗긴다. 반면에 케이블 방송은 시장지분을 확대하면서 미국 국민을 쪼개나간다. 가족의 가치와 미국적 전통을 복원하고자 했던 신보수주의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미국 사회는 파편화된 소비사회로 변해간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소비자 권익운동·환경운동·청년 대항문화운동에 대한 신보수주의의 반격으로 촉발된 문화전쟁이 1980년대 말 신보수주의의 승리로 일단락되면서 미국사회는 다시 안정을 되찾는다. 어찌되었건 간에 미국의 경제와 문화는 모두 승리한다.

그러나 양자는 서로 적대적인 관계로 전락한다. 부르주아 경제는 제한받지 않는 문화의 과잉을 두려워한다. 반면에 문화는 천박한 부르주아 라이프스타일을 경멸한다. 미국 자본주의가 문화적 모순에 빠져버린 것이다(Bell, 1992: 187-188). 요컨대 윤리적 토대를 상실한 자본주의 사회의 위기는 극복했으나, 쾌락주의와 신소비주의에 굴복함으로써 천민자본주의의 길로 내달았다. 신보수주의자들이 의도적으로 포문을 열었던 문화전쟁은 의도하지 않은 신자유자본주의의 문화적 모순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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