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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신탁상품까지 빗장…‘기울어진 운동장’ 재공방 조짐
“동일 행위 동일 규제 원칙 어긋나”
은행권 “금투업계와 역차별” 반발

정부가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DLF 대책)에 예상보다 고강도 규제들이 반영되자 은행권은 적잖이 당혹한 모습이다. 고위험군 사모펀드에 더해, 신탁 상품까지 판매를 금지하기로 하자 은행들은 법적 근거도 미약하고 금융투자업계와의 역차별이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몇 해전 신탁업법 제정을 앞두고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가 벌인 ‘기울어진 운동장’ 공방이 재등장할 조짐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DLF 대책에 대한 은행권 공동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다음주까지 시중은행 자산관리(WM), 신탁 업무 담당자들이 대면, 비대면으로 의견을 나누며 당국에 전달할 입장을 정리한다.

당국은 DLF 대책에서 고난도투자상품의 신탁 판매에도 빗장을 걸기로 했다. 파생결합증권신탁(DLT), 주가연계신탁(ELT) 등 신탁 상품들은 그간 은행에 적잖은 수익을 안겨줬다. 이 때문에 은행권은 신탁 판매 금지를 가장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재는 특정금전신탁(투자대상과 운용방법을 위탁자가 지정)만 취급할 수 있는 은행들은, 지난 수년간 불특정금전신탁(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신탁 자산 운용)을 할 수 있도록 별도의 ‘신탁업법’ 제정을 당국에 요구해 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특정신탁은 커녕 기존 신탁업무까지 쪼그라들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은행이 판매한 신탁 상품 가운데 고위험군만 43조원에 달한다. 주요 은행이 올해 거둔 수수료수익(3분기 누적) 가운데 신탁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 수준이다. 펀드, 방카슈랑스 등 다른 수수료 항목보다 큰 규모다.

크게 은행 쪽의 논리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그간 은행이 판 신탁 상품엔 불완전판매 등 문제가 없었고 ▷은행 신탁 고객들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고 ▷은행이 법적으로 투자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겸영금융업자’라는 점을 내세울 계획이다.

특히 은행들은 자본시장법상 등에 따라 겸영신탁업자, 경영금융투자업자 지위를 갖는다. 원금 보장되는 상품도 팔지만, 공격적인 투자상품도 판매할 수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의 법적 지위가 이렇지만 증권사만 사모펀드 등 투자상품을 팔도록 하는 건 동일행위에 동일한 규제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은 은행들이 투자상품 판매 체계를 상대적으로 원금 보장성이 높은 공모펀드 중심으로 다시 짜길 기대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앞서 “이해하기 어려운 고위험상품이 원금 보장에 대한 신뢰가 높은 은행에서 판매됐다”며 은행업의 성격이 ‘원금 보장’에 있음을 강조했다.

당국은 앞으로 2주간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이 기간에 ‘신탁 제외’를 목표로 당국을 설득하겠단 방침이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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