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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청와대 수석이 경제 불확실성 가중시키는게 될 말인가

정부가 내년 1월 시행되는 중소기업(50∼299인 사업장)의 주52시간제 적용에 관한 대책을 18일 내놓았다. 국회의 보완입법 마련 과정이 지지부진하고 조만간 결론을 낼 가능성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시기만 하루하루 다가오자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다.

정부는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충분히 주고 주52시간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재난·사고뿐 아니라 일시적 업무 급증, 특수한 R&D(연구개발) 등 ‘경영상 이유’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현장지원단 확인을 통해 심각한 구인난이 드러나면 사업장별 외국인 고용 허용 한도(E-9)를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하는 일부 서비스 업종에 대해서는 동포(H-2) 취업 허용 업종 확대도 추진키로 했다. 규정 완화를 통해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땜질식 응급처방이란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조치는 제도 시행 연기에 준하는 실효성있는 내용들을 대거 포함하고 있다. 덕분에 준비 여력 부족으로 전전긍긍하던 중소기업들이 한숨을 돌린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조치들이 발표되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처벌 유예 계도 기간을 1년 3개월~1년 6개월로 명시하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발표 직전 경제장관회의에서 기간을 명시하지 않고 ‘충분히’ 라는 애매모호한 내용으로 변경됐다. 노동계의 반발을 감안한 청와대의 입김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내년 총선을 감안한 ‘마사지’였다는 얘기다.

물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나서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계도기간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기업에 부여했던 계도기간(6~9개월)보다 길 것”이라며 ‘충분히’의 의미를 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에서 가장 피해야 할 일이 불확실성이다. 기업들이 가장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것도 그것이다. 기준이 확실치 않으니 경영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불가피하고 시의적절한 조치임에도 사용자와 노동자 단체 모두에서 곧바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 아닌가. 국회가 탄력근로제를 비롯한 보완입법을 추진하는 이유도 불확실성을 없애는 근원처방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멀쩡한 실무부서의 안을 청와대 수석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불확실성을 높이는 쪽으로 수정해 발표한다는게 말이 되는 일인가. 수석들이 장관 위에 군림한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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