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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은퇴 이후 대비, 돈만으로는 부족하다

  • 기사입력 2019-11-1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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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불금, 오후 7시 15분께. 하나, 둘 가방을 들고 모인다. 50대 중반의 직장인, 대학생, 자영업자 그리고 제주도 감귤 농부까지. 50대 엄마와 20대 아들도 있다.

7시 30분 어김없이 수업이 시작된다.

“891쪽 둘째 문단입니다.”

“인간의 자연 본성에는, 자연에서 유래한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종국에는 선한 목적들을 위한 소질을 함유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이 없는 일정한 불순함이 있다. 곧, 자신의 진짜 마음씨는 감추고, 사람들이 좋다고 훌륭하다고 여기는 일종의 거짓 마음씨를 내보이려는 경향 같은 것 말이다.(백종현역, 순수이성비판 A748 B776)

“올바른 행위에 부조리의 침전물이 섞여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 행위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아도르노의 1963년 칸트 강의를 떠올리게 한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강독 수업은 서교동 인문학교실인 ‘대안연구공동체’에서 2016년 5월27일 시작됐다. 중간에 ‘윤리형이상학정초’와 ‘실천이성비판’을 읽었지만 그래도 4년을 향해 간다. 수업은 2시간 동안 한줄 한줄 읽으며 진행된다. 마지막 973쪽까지는 80여 쪽 남았다. 앞으로 6개월은 족히 걸릴 것 같다. 긴 시간을 견뎌 낸 건 ‘누빔점’ 역할을 해준 선생님 덕이다.

독일에서 15년간 칸트공부를 하고, 이제야 칸트를 ‘조금’ 알 것 같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대학에서 강의전담 교수를 하면서, 가르침이 곧 배우는 것이라는 ‘교학반(敎學半)’을 실천한다. 어려운 내용 앞에서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학생들을 반복 강의로 잡아준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험한 바위산을 오르다 뒤를 돌아봤을 때 올라온 길이 보이지 않을 때의 아득함, 가야 할 길은 더 막막할 때의 고립감. ‘순수이성비판’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절망감은 여전히 계속된다.

기자의 인문학 공부 목적은 노후 대비다. 노년의 고독과 동행하고 맞설 비장의 무기이자 화해의 제스처로 칸트를 택했다. 기회가 되면 칸트로 석사과정을 밟고 싶다. ‘순수이성비판’을 홀로 읽어낸다면 못할 게 뭐 있겠는가.

한국은 고령화 사회로 위태롭게 질주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의 14.3%(737만명)다. 2033년에는 27.6%(1427만명), 2050년엔 39.8%까지 치솟는다. 한 통계에 의하면 은퇴부부의 노후 생활에 한 달 평균 243만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돈만이 노후의 버팀목일까. 노후의 고독은 ‘서 있을 수도 없는 땅이고, 수영을 할 수도 없는 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고독을 등산이나, 여행만으로 견뎌낼 수 있을까. 기자는 그 통로를 책에서 찾았고 그것을 실천 중이다. 시간날 때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가방을 메고 도서관에 가는 상상을 한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걸어서 10분 내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1175곳인 도서관을 1444곳으로 늘린다고 한다. 도서관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 몸이, 내 살이 거부하면 그마저 쉽지 않은 일이다. 칸트는 1781년 57세때 ‘순수이성비판’을 썼다. 그리고 7년후 재판을 냈다. k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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