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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교육 캐슬이 그리는 부동산 지도③]비강남권 맹모는 어디로, 신흥학원가 마포vs학군대장 목동·노원
비강남권서도 맹모들은 분주
마포 교육특구 도전장…브랜드 학원 속속
학군 수요·집값 상승 목동·노원 ‘쏠림’ 계속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부모들의 제일 큰 고민인 교육 걱정이 덜어지니 ‘살기 좋은 곳’이 되는 거예요… 요즘은 매물이 없어서 하나 나오면 팀으로 보고 가고, 아예 집도 안 보고 살 때도 있어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인근에서 만난 A공인중개사는 지난달부터 대기 중이라는 매수희망자 목록을 컴퓨터 화면으로 들여다보며 이같이 말했다. 화면에는 30여명의 이름과 연락처, 상담일자 등이 보였다. 선호단지를 표기한 항목에는 ‘고등 학군이 좋은 곳’, ‘학원 10분 거리’ 등이 적혀 있었다.

비강남권에서도 맹모들의 학세권 선점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좋은 학군과 양질의 학원가, 교육열’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중계동은 매물이 귀해졌다. 그간 신축과 직주근접 위주로 주목받았던 마포구는 학원가의 확장과 함께 학부모가 다시 보는 지역이 됐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염리초와 인근 아파트의 모습. 학부모 선호가 뚜렷한 학교의 배정여부에 따라 같은 단지 내에서도 시세 차이가 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사진=양영경 기자]

▶ “목동 라이딩 그만”…브랜드 학원 바탕 신교육특구 될까= 마포구 대흥역~공덕역 구간 백범로에는 강남구 대치동이나 양천구 목동에서 이름을 날리던 입시학원 분점과 보습학원들이 속속 자리 잡았다. 학원가는 백범로뿐만 아니라 독막로나 신촌로, 서강대 인근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대흥역에서 약 100m 떨어진 지점에 개원하는 대치동 수학학원 분점은 이 지역의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염리동 인근 B공인중개사는 “학원가가 커지면서 공덕동, 도화동에서 인기 있던 학원들도 백범로 쪽으로 넘어오는 추세”라며 “애를 학원에 보내기 위해 ‘목동 라이딩’을 했던 부모도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올해 4월까지 사설학원 수(입시검정·보습 등, 평생직업교육 제외)가 80곳 이상 늘어난 곳은 강남구(91곳), 마포구(85곳) 뿐이다. 수강생 수는 이 기간 22만8282명에서 52만2853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마포구는 도심·여의도 등에 직장을 둔 고학력 중산층이 재개발 아파트로 대거 유입되면서 사교육도 활성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4월 기준 마포구의 월평균교습비는 27만8443원으로 서울 25개구 중 5위 수준이다.

인근 아파트값도 탄력을 받고 있다. 학원가 인근 ‘마포자이2차’ 전용 84㎡은 지난 9월 14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두 달 전 거래가보다 1억5500만원 뛴 수준이다. 학원가와 가까우면서도 취학연령의 자녀를 둔 부모가 선호하는 염리초 일대의 분위기도 뜨겁다. ‘e편한세상 마포리버파크’ 전용 59㎡는 지난 9월 12억6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찍었다.

서울 마포구 백범로에 들어선 학원가. 2015년 이후 사설학원 수가 80곳 이상 늘어난 자치구는 강남구와 마포구 뿐이다. [양영경 기자/y2k@]

최근에는 혁신학교 전환 가능성이 있는 학교 배정을 피하기 위해 단지를 옮겨가려는 학부모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염리초 등 학부모 선호가 뚜렷한 곳은 단지를 가릴 것이 없이 매매·전세매물이 귀한 상태다. C공인중개사는 “같은 단지 안에서도 염리초 배정인 곳과 아닌 곳의 시세 차이가 있다”며 “매매 광고를 올릴 때도 배정 여부는 꼭 표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강남 못지않은 교육열, 서대문구·종로구·용산구·영등포구 학생 수요 흡수, 아현·북아현 뉴타운 신규 입주 등으로 학원가의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반면 백범로 일대는 낡은 건물이 많아 학원가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인근 D공인중개사는 “학원이 들어올 널찍한 공간이 부족하다”며 “현재 나온 상가 규모도 전용 105㎡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학군 대장 목동·노원…끊이지 않는 수요= 목동에서는 방문하는 공인중개업소마다 “매매든 전세든 매물이 없다”는 대답이 이어졌다. 목동 A공인중개사는 “수능 이후부터 내년 초까지 교육을 목적으로 거주할 이유가 사라진 사람 위주로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에는 집값이 올라가면서 내놨던 매물도 거둬들이고 있다”고 했다. E공인중개사는 “목동은 애들이 초등학교 가기 전에 들어와 10년은 눌러앉는 곳”이라며 “내부에서도 단지·평형 갈아타기를 원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10월 이후 나온 매물은 전용 59㎡ 기준으로 직전 실거래가 대비 2000~3000만원 이상, 더 큰 규모는 5000만원 이상 뛴 가격에 거래됐다. 목동 ‘현대하이페리온’ 전용 180㎡는 지난달 22억4000만원에 팔렸는데, 이는 6월보다 2억45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7단지’인근에 학원 셔틀버스가 오가고 있다. [양영경 기자/y2k@]

학군과 학원가의 힘은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천구 일대에서는 학업성취도 수준이 높은 월촌·목운·신목·목일중 등 중학교가 학군을 이끌고 있다. 사설학원 수는 올해 4월 기준 1000곳으로 강남구(1779곳), 송파구(1028곳) 다음으로 많다. 강서구·구로구·서대문구·은평구·일산·부천 등의 교육 수요도 흡수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내달부터 매물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E공인중개사는 “중학교 배정 시즌인 10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집 구한다는 손님은 있고 매물은 없다”며 “수능 이후로 괜찮은 물건만 나오면 언제든 손님이 달라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는 유명 학원들이 계속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양영경 기자]

‘강북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노원구는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서울에서 가장 거래가 많은 구(4514건)로 꼽혔다. 을지초·을지중·서라벌고·불암고 등 학군과 중계동 은행사거리 학원가 일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은행사거리 인근 청구아파트 전용 115㎡는 지난달 9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10억원대 돌파를 내다보고 있다. 이 단지의 전세가격은 6억원대에 형성됐다. 꾸준한 학군 수요에 더해 동북선 경전철 착공 등 교통 호재가 겹친 데 따라 매매·전세가격이 동시에 올라가는 분위기라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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