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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교육 캐슬이 그리는 부동산 지도②]‘대치동 캐슬’ 불패 이어가나
-대치 사거리, 전세 매물 ‘0’…씨가 말랐다
-유명 학원 한티역 인근으로 옮기며, 학원가 확장 중
-대기업 자본도 속속 대치동 부촌으로 자본 투자 확대

대치동 전통적인 학원가로 불리는 대치 사거리는 월 환산 임대료가 2분기 기준 3.3㎡당 17만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종로나 중구 등 도심을 제외하고는 서울시에서 높은 편이다. 서울시 평균은 12만원이 되지 않는다. [사진=성연진 기자]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전세요? 없죠. 원래 구하기 힘든데 최근 겨울방학 전 이사 수요가 늘어난 데다가 얼마 전 교육제도 개편 이야기 나온 이후로 정말 찾기 힘들어요”

수학능력시험이 진행된 지난 14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앞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전세 매물이 있냐고 묻자, ‘어림없는 소리’ 라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학군도 좋고 사교육 시장도 뒷받침되지만, 대치 사거리의 아파트는 낡았기 때문에 주로 임차해 산다”면서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을 그저 낡은 아파트가 있는 ‘사교육 1번지’로 알고 있다면 이젠 생각을 조금 달리해야 한다. 대치동은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 두 차례나 일등 자리에 올랐다. 올해 공시지가 산정에서 ‘대치 SK뷰’가 ㎡당 1909만원을 기록하며 주거지역 가운데 땅값 1위가 됐다. 지난 11일 청약 접수에 나선 ‘르엘 대치’는 평균 경쟁률 212대 1로 올해 분양한 단지 가운데 청약 평균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시장은 ‘대치동 불패’를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치동 학원가는 확장에 나서면서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은마아파트 앞에서 한티역 부근 역삼동까지 사교육 진입 연령이 낮아진 데 따른 학원가 확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티역 인근 래미안 도곡카운티 전경. 대치동 사거리에 있던 초등학생을 위한 외국어 학원 등이 한티역으로 옮기면서 이 지역 새 아파트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사진=성연진 기자]

▶대치 빅3, 한티역으로 온다 ‘후끈’= 최근 대치동 대장주는 은마아파트에서 ‘래미안대치팰리스’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래미안대치팰리스의 85㎡는 2015년 14억1929만원에 실거래됐으나 2017년 20억원으로 오른 후, 올해 9월에는 28억원에 거래됐다. 지난달말 자사고 폐지 소식이 전해진 이후호가가 1억원가량 오르기도 했다.

대치역을 기준으로 왼쪽 은마아파트 쪽은 ‘우·선·미(우성·선경·미도 아파트)’ 등 재건축 연한을 채운 낡은 아파트고, 오른쪽은 래미안대치팰리스에서 한티역 부근인 역삼동까지 신축 아파트다. 은마아파트 주변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외국어 학원 등이 한티역 인근으로 옮아가고 있다.

한티역 인근에서 만난 주민 홍 모씨(40)씨는 “대치동 학원 가운데 인기 있는 곳은 셔틀이 다니지 않아 직접 데려다줘야 한다”면서 “은마아파트 쪽은 포화상태라 차도 많이 막히고 환경도 낙후돼있는데 한티역쪽으로 최근 이전을 준비하는 학원들이 있어 반갑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치동에서 인기 있는 영어학원 ‘피아이(Peai)’가 래미안 도곡카운티 건너편 새로 짓는 EH빌딩으로 이전이 확정되면서 역삼동 인근 신축 주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마무리 공사중인 이 건물 지하 1층과 1층은 신세계 그룹이 5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기로 했다.

환경 개선에 따라 주변 아파트값도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역삼래미안 59㎡는 10월 15억8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이 아파트는 같은 주택형이 13억원대로 올라선 게 올해 6월임을 감안하면 최근 거래가 상승이 가파르다.

▶명문학군, 낡은 아파트 전세 절벽= 대치동 신축 아파트값이 부담스러운 학군 실수요자들은 주로 1990년 이전에 지어진 구축에 전세로 실거주하곤 한다. 은마아파트까지 가지 않더라도 ‘대치 삼성’ 아파트는 단대부중·고 학군, ‘대치 현대’ 아파트는 휘문중·고 학군이라 인기다. 지은 지 20년이 됐지만 인근 구축 가운데에는 비교적 깨끗한 새 아파트기도 하다.

공인중개업소들은 해당단지에 대해 “그렇기 때문에 매물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대치삼성의 97㎡는 연초 전세가 10억5000만원에서 수능 하루 전인 13일엔 이보다 1억8000만원이나 오른 12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호가는 하루이틀 새 13억원으로 올라섰다.

전세 매물이 없는 까닭은 또 있다. 정부가 지난해 1주택자도 실거주 2년 요건을 채우지 않으면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줄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2년 이상 실거주하지 않으면 매매 금액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의 경우 9억원 초과분의 양도차익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80%에서 30%로 줄어든다.

때문에 아예 전입신고 후 집을 비워둔 집주인이 늘면서 전세 매물이 더 귀해졌다.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84㎡(이하 전용면적)이 21억8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연식이 오래돼 전세보증금 가격은 최대 6억원으로 매매가 대비 30%도 되지 않는다. 이에 집주인이 6억원 대출을 받아 보증금 반환 후 2년 실거주로 이름을 올려두고 집을 비워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출금에 금리 3%를 적용하면 금융 비용 3600만원으로 양도소득세 중과에 비해 훨씬 유리하단 계산이다.

지난 15일 롯데강남점에 문을 연 영국의 고급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콘란샵’ 전경. 중산층이 낡은 아파트에 전세로 살며 학원가에 보낸다고 여겨지던 대치동이 ‘래미안 대치 팰리스’ 등 새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다. [사진=성연진 기자]

▶학군이 끌어올린 대규모 자본= 대치동은 애초에 강남 개발 당시 강북에 있던 명문 고교를 이전시키면서 만들어진 학군지다. 여기에 사교육 학원가가 더해지면서 ‘강남 8학군’에 진입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었고 아파트값이 오르며 부촌이 됐다.

20억원 가까운 아파트를 ‘빈집’으로 두며 절세할 정도로 대치동 토박이의 씀씀이는 학군 실거주 수요와는 또 다르다. 게다가 강남지역에서도 가장 집값 상승이 가파르다는 래미안대치팰리스를 비롯한 이 지역 신축 아파트 ‘젊은 부자’까지 염두에 둔 대기업 자본 투자도 속속 일어나고 있다.

15일에는 한티역 앞에 영국의 고급 리빙 편집숍 ‘콘란샵’이 문을 열었다. 롯데백화점이 들여온 이 편집숍은 하이엔드 브랜드로 구성돼 런던, 파리에서 운영 중이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문을 열었다.

앞서 신세계그룹도 지난해 대치동 빌딩을 570억원에 매입하며 노브랜드 매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계열사인 신세계 인터내셔널이 청담동에 직접 건물을 매입하며 브랜드숍을 낸 것과 마찬가지로 신세계가 대치동 투자를 늘리며, 노브랜드 등 자사 브랜드숍 운영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실제 대치동의 소규모 상권 수익성도 서울 지역 내에서 두드러진다. 서울시 우리마을 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치1동의 상가 3.3㎡당 월환산 임대료는 16만8422원(2분기 기준)이다. 서울시 전체 평균은 11만 7136만원에 그친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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