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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연태고량주 독점 상표권 인정된다…경쟁회사 폐업수순
지역명 ‘연태’+성질 ‘고량주’ 상표권 인정된 사례
법원 “고(古)-고(高) 다르지만, 소비자들은 한 글자씩 분리 인식 안 해”

I사에서 판매하는 연태고량주[법무법인 한결 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유명 중국 주류 ‘연태고량주’의 독점적 상표권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앞으로 원 수입자 외의 다른 회사들이 연태고량주 이름을 사용해 판매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전망이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 홍승면)는 연태고량(烟台古粱)주를 독점수입해 판매하는 I무역사가 G유통 대표 이 모 씨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등 청구 항소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G사는 I사에 5000만원을 손해배상해야 하고, 술병과 상표 모두 쓸 수 없게 돼 사실상 폐업수순에 처하게 된다. 1심에선 G사가 병 모양만 바꾸도록 했지만, 항소심에서 연태고량주라는 이름 또한 못 쓰게 된 것이다.

I사는 중국 산둥 지방에서 옛 방법으로 빚은 술이라는 의미로 설명하며, 2003년부터 한국에 수입해 판매해왔다. 갈등은 G사가 2017년부터 다른 중국고량주 회사에 연태고량(烟台高粱)주를 주문해 수입, 판매하고 상표도 등록하면서 시작됐다. G사는 I사의 병 모양과 흡사한 병을 제작하고, 연태지방에서 수수로 만든 술이라는 의미로 연태‘고(高)’량이라 이름 붙였다.

재판부는 소비자들이 이 두 상품표지를 혼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한자표시를 한 글자씩 분리해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표시 전체가 주는 인상에 의해 상품의 출처를 식별한다고 봤다. 또 “‘연태’가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고, ‘고량주’는 기술적 표장에 해당해 식별력이 없는 표지더라도, 두 표지가 결합해 오랫동안 사용됨으로써 국내 소비자들에게 I사 상품임이 널리 알려져 인식됐다”며 “이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보호하는 상표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내 고량주 판매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매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점, 소비자의 66%가 고양주 브랜드 중 연태를 알고 있다고 답한 점이 고려됐다.

G사는 ‘연태고량주’의 등록된 상표권자였으나, 재판부는 연태고량주의 유명세에 무단 편승해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G사는 I사에 대해 부정경쟁행위를 했으며 이에 대한 고의와 과실도 인정되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1심은 G사에 연태고량주 술병 사용만 금지했다. I사가 판매하는 연태고량주 250㎖ 병은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고 돌기가 있는 모양의 투명한 병에 금색 뚜껑, 125㎖ 는 한쪽은 직선면 반대쪽은 곡면인 D자 모양 병에 금색 뚜껑이 특징이다. G사 상품 역시 전체적으로 투명한 유리병에 금색 뚜껑으로 외관을 갖췄고, 돌기만 없거나 D자가 거꾸로 돼있는 등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른바 ‘트레이드 드레스’ 사례로서, 술병이 그 자체로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식별력을 가진다고 본 것이다. 반면, 소비자들이 중국집에서 연태고량주를 시키면 포장박스를 제거한 병으로 받아든다며 한자표지(빨간색 ‘연태고량’)는 상표권으로 보지 않았다. 두 회사 모두 항소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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