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검찰 ‘백신 담합’ 수사…유통 구조 살펴보니
백신 자급률 낮아…특정 제약사·유통사 독점적 지위
수입 주문량 절반으로 줄인 뒤 고가의 백신으로 예방접종사업 하게 만들어

[헤럴드경제=김진원·정경수 기자]검찰이 제약업체들의 ‘백신 담합’ 수사에 착수했다. 필수예방접종 사업을 위한 백신 유통구조를 살펴보니 특정 제약업체들의 독과점으로 인한 담합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의 한국백신에 대한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의결서를 살펴보면, 한국은 영유아 대상 필수예방접종 사업(NIP)을 하고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만12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감염병 예방에 반드시 필요한 피내용 BCG 백신(결핵 백신) 등 총 17종 백신을 보건소와 위탁 의료기관서 무료로 접종한다.

우리나라는 백신 자급률이 낮아 국외 여건이나 제조사의 공급 상황에 따라 백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가 비교적 많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백신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매년 백신 제조사·수입사와 간담회를 실시한다. 간담회를 통해 필수예방접종에 필요한 백신 예산 수요 및 일정을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제약사의 독점적인 지위가 문제로 불거졌다. BCG 백신은 피내용 백신(주사형)과 경피용 백신(도장형) 두 종류가 있다. 한국백신은 피내용 백신과 경피용 백신을 일본으로부터 100%에 가까운 독점으로 수입해 공급한다. 경피용 백신이 피내용 백신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쌌다.

한국백신은 2017년도 피내용 백신 공급이 중단될 경우 자신들의 경피용 백신으로 필수예방접종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물량을 조절했다. 한국백신은 피내용 백신 2만 세트를 공급할 수 있다고 질병관리본부에 알린 뒤 2016년 10월 1만 세트로 일본 주문량을 줄였다. 오히려 일본 공급사 측에서 백신 주문량을 줄여도 되는지 한국 상황을 걱정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한국백신 측에 이듬해 지속적으로 피내용 백신 확보를 요청했으나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2017년 10월 피내용 백신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경피용 백신으로 임시 필수예방접종사업을 이듬해 1월까지 진행했다. 공정위는 한국백신의 의도적 물량 조절로 국가 예산이 140억원 추가 소요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5월 한국백신과 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관련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가 의약품 조달사업과 관련한 입찰담합 등 불법 카르텔을 결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들을 발견했다. 이에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구상엽)는 한국백신을 비롯해 유한양행, 광동제약, 보령제약, GC녹십자 등 제약업체와 의약품 유통업체 우인메디텍, 팜월드 등을 압수수색했다. 광동제약은 소아 폐렴구균, 유한양행은 자궁경부암 백신 등에 조달청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GC녹십자는 독감백신 등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jin1@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