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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반면교사 삼기에 충분한 볼리비아 사태

가장 성공적인 사회주의 지도자중 한사람으로 평가받던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결국 물러났다. 우리와 이해 관계가 크지 않는 먼 남미 국가의 얘기지만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 적지 않다. 충분히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직접적인 퇴장 이유는 부정선거다. 지난달 20일 열린 대선에서 승리를 선언했던 모랄레스는 개표 과정에서 부정 개입 논란이 제기되고 미주기구(OAS 아메리카 대륙 기구) 감사결과도 선거 부정으로 나오자 재선거 방침을 발표하며 버텼다. 그러나 국민들에이어 군부까지 등을 돌리면서 결국 사임을 선언하고 멕시코로의 망명길에 올랐다.

그는 “계획된 모든 개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장기집권을 정당화해왔다. 연임이 불가능한 법과 제도를 자신의 임기중에 고쳐가며 장기집권의 욕심을 실현했다. 이번 선거도 2016년 4선 연임은 불법이라는 국민투표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에 항소해 4선 도전이 합법이라는 판결을 받아냄으로서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바닥에 깔린 민심은 ‘나 아니면 안된다’는 독선에대한 심판이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경제였다. 임기중 모랄레스 대통령의 성과는 작지 않았다. 그는 2005년 역사상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으로 집권하자마자 천연가스를 국유화하고 거기서 늘린 국고를 복지와 공공 서비스에 투자했다. 대신 자신과 고위 관료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정치적 기교도 잘 활용했다. 그 결과 볼리비아의 빈곤율은 2006년 38%에서 2018년 17%로 떨어졌다. 1인당 GDP도 1000달러 수준에서 3000달러가 넘게 3배 이상 성장시켰다. 2005년 대선에서 54%를 득표한 그가 2009년 선거에서 64%, 2014년에는 61%의 더 높은 지지율로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유가 하락으로 천연가스 수입이 줄어들면서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8%까지 불어났다. 유가에 따라 쉽게 증산과 감산이 가능한 미국의 셰일석유 혁명으로 더 이상 고유가 시대를 시대하기는 어렵다. 더 이상 퍼주기 복지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 와중에 경제 불평등은 심해졌고 도시 빈민도 급증했다. 볼리비아의 현실이다.

남미 저개발국가와 오늘날 한국을 수평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근본 원리는 마찬가지다. 무리한 포퓰리즘식 복지지출은 잠깐의 환호를 불러올 뿐 필연적인 재정부실로 나타난다. 국민의 심판은 당연한 다음 수순이다. 그런게 반면교사가 아니고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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