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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신 기자들 “韓 법무부 오보 출입규정 도 넘어선 언론 통제”
호주, 미국, 독일, 프랑스 외신기자 “언론 통제” 입모아
일본은 언론 통제 강해…검사 접촉만 해도 출입금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포토라인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문재연 기자] “법무부의 ‘오보 언론인 출입금지’ 훈령은 한국이 아닌 북한에 더 맞는 규정이다. 한국이 권위적인 국가가 돼 언론인들의 업무를 방해하려는 나쁜 시도”

지난달 30일 법무부가 공표한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법무부 훈령)’에 포함된 ‘오보기자 법무부 출입금지’ 규정에 대한 헤럴드경제의 질의에 대해 호주 출신 한 외신 기자는 이렇게 밝혔다. 이 기자는 서울외신기자클럽 소속으로 2007년부터 한국 취재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오보 기자 출입 금지 규정은 주요 정보에 대한 접근을 막으면서 미디어를 통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가 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새 훈령에 대해 외신기자들도 반발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의 취재에 응한 미국·프랑스·독일·호주 기자들은 “법무부 오보대응 및 출입제한 규정은 도를 넘어선 언론통제”라며 입을 모았다.

법무부 안에 따르면 사건 관계인이나 검사 등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나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언론기관 종사자’는 검찰청 출입 제한 등의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조치 권한은 검찰총장과 각급 검찰청 검사장이 갖는다. 일선 검사와 수사관이 기자를 만나는 것 역시 금지했다. 공개소환과 피의자 등에 대한 사진 촬영도 금지했다. 법무부의 새 훈령은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공표죄’에 근거한 것으로, 이 조항은 피의사실 공표를 원천 금지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피의사실 공표죄로 기소된 건수는 한건도 없다.

20년 동안 외교안보 분야를 취재해온 한 미국 언론인은 법무부 훈령에 대해 “충격적”이라 표현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기자와 검찰의 접촉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며 “다만 ‘특정 피의자에 대한 선입견을 조장하거나 유죄를 기정사실화하는 성격의 대화를 수사기관 종사자와 기자가 해서는 안된다’고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포토라인 격인 ‘퍼프 워크(perp walk)가 있으며, 피의자가 연행된 이후 수사기관 출입 및 법정출입 과정에서도 언론 취재는 가능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9월 발간한 ‘피의사실 합리적 적용 방안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피의사실공표죄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 법무부 ‘법무부 매뉴얼(Justice Manual) 형식’으로 비밀유지 및 언론 접촉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비공개 원칙, 예외적 공개’라는 한국의 규정과 달리, ‘공개 원칙, 예외적 비공개’가 기조라는 점이 큰 차이다. 수사기관에서 피의사실이 언론에 흘러 나간 뒤, 나중에 재판에서 무죄로 밝혀질 경우 언론사와 당사자간의 손해배상 소송도 빈번한 곳이 미국이다.

독일 언론인은 “법무부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언론에 대한 제재 주체가 정부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독일 방송사에서 20년 동안 일하고 있는 이 기자는 “독일은 언론에 제재를 결정하는 주체가 검찰이 아니라 연방재판소”라며 “검찰은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보도 필요성의 판단 주체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기자는 “제재 조항이 따로 없지만 피의사실 보도가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어서, 언론 스스로가 보도를 신중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한 프랑스 기자 역시 법무부 훈령에 반대하며, “프랑스 기자들은 공식취재와 비공식취재 두 가지로 취재를 한다. 검사들은 일반적으로 언론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언론보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한 방법을 마련하라며 예를 든 ‘일본’의 경우 언론에 대한 통제가 강한 편이다. 도쿄 지검에 따르면 일선 검사와 언론인이 만날 경우, 그 언론사는 검찰청 출입이 금지된다. 서로 친분이 있는 검사와 기자의 만남은 금지키 어렵지만, 취재가 이뤄지고 검사가 지검에 신고를 하게되면 해당기자는 검찰청 출입이 금지된다. 일본 언론인도 헤럴드경제의 취재에 응했지만, 법무부 훈령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제시하지 않았다.

한편, 국경없는기자회가 지난 9월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일본의 언론자유도는 180 국가 중 67위다. 한국은 42위, 독일은 13위, 호주는 21위, 프랑스는 32위 미국은 48위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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