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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지주 이사회 핸드북’ 보니]사외이사 통해 지배구조 개선…“‘원맨뱅크’ 아니면 연임 가능”

  • 감독당국, 제왕적 CEO 비판적 시각 드러내
    사외이사 소통 강화로 거버넌스 개선 추진
    통상 임기종료 2~3개월 전 승계절차 돌입
    업계, 강제사항 아니지만 ‘新관치’ 우려도 커
  • 기사입력 2019-11-1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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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회사 이사회 핸드북’을 제작해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에게 배포한 건 그들의 역할 강화를 통해 금융권 전반의 지배구조(거버넌스)를 개선하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CEO 임기 만료 1년 전부터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하라는 대목에는 일부 금융지주에서 반복돼온 ‘제왕적 CEO’에 대한 감독당국의 비판적 시각이 녹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금융그룹들은 통상 CEO의 임기 종료 2~3달을 앞두고 경영승계 절차에 돌입한다. KB·신한금융은 CEO ‘임기 종료 2개월 전’, 농협금융은 ‘임기 만료 40일 전’에 공식 경영승계 절차를 가동하도록 내부 규정에 명시돼 있다. 하나·우리금융은 ‘주주총회(주총) 소집통지일로부터 최소 30일 전’이다. 주총 소집 통지가 통상 3주 전에 이뤄진다는 걸 감안하면 하나·우리금융도 현 CEO의 임기 만료 두달이 채 안 남은 시점(50여일 이전)에 승계절차를 시작하는 셈이다.

이 기간동안 이사회 내 회장후보추천위원회(또는 임원후보추천위)는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검토해 후보군을 좁히고 이후 면접 등을 통해 최종 후보군(숏 리스트)을 선정, 차기 CEO를 선출한다. 대부분의 금융그룹들은 규정돼 있는 시점에 임박해 승계절차를 시작한다. 유력 후보군을 육성해놓으면 미리부터 ‘줄서기’가 이뤄지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측면도 있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최소 규정이니 필요에 따라 6개월 전에라도 승계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지만, 조직 전반에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CEO 임기만료에 임박해 승계절차를 개시하면 제대로 된 차기 후보군 육성을 하지 못해 현 CEO의 계속된 연임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밖에 없다. 과거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등이 현직 프리미엄을 업고 그룹 회장직 3연임에 성공했고, 현재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3번째 임기를 지내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1명의 CEO가 장기 연임한다고 해서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단기 성과주의에 빠질 우려가 줄어드는 등 연임의 장점도 분명히 많다”며 “감독당국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통제받지 않는 제왕적 CEO에 의한 ‘원맨 뱅크’가 되는 것이고 ‘원맨뱅크가 아니면 연임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사외이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준행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장(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은 “금감원이 정리를 잘 해줘 대체로 다들 도움이 많이 된다는 분위기였다”며 “CEO 승계프로그램 역시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내용인데 다만 이걸 실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박재하 KB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장(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사회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목적이고 초점도 거기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며 “KB는 1년에 두차례씩 내외부 후보군을 업데이트하며 이미 지금도 핸드북 이상으로 승계절차를 관리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신(新)관치’ 논란도 제기된다. 내년 초부터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임기 만료가 줄줄이 다가오는 미묘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재호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장(성균관대 로스쿨 교수)은 “사외이사 소통을 늘리고 역할을 강화하자는 원론적 내용이었고 금감원이 어떤 배경이나 속 뜻을 갖고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금감원 측은 앞으로 금융회사 검사 시 경영진 이외에 사외이사에게도 별도로 결과를 설명하는 등 사외이사들과의 접점·소통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방침이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회사 경영진 입장에서는 감독당국이 사외이사 접촉을 늘리는 것이 불편할 수 있겠지만 아무 가이드라인도 주지 않으면 문화가 쉽게 바뀌기 어렵다”며 “차기 후보군 검증 과정이 외부에 공개되진 않더라도 내부적으로 절차를 투명하게 만들어 미리미리 준비하면 지배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두헌·박준규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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