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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난·부정부패·좌우대립…‘매일, 모든 곳에서 시위’ 혼돈의 중남미
대선 개표 부정 논란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사퇴
중남미 좌파 대통령 일제히 ‘쿠타타’라고 강력 규탄
룰라 전 대통령 석방 중남미 ‘핑크 타이드’ 부활 기대
무상 복지 ‘페론주의’ 내세운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 우려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정치 혼란과 경제난 속에 중남미의 혼돈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대선 부정 논란에 휩싸인 볼리비아 대통령이 시위대의 반발에 부딪혀 사퇴했으며, 아르헨티나에선 대규모 무상복지를 내세우는 좌파 대통령이 탄생하며 글로벌 경제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남미 강국인 브라질에서도 룰라 전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집권 우파 세력과의 정치적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앞서 ‘남미의 오아시스’로 불리던 칠레에서는 지하철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거친 반발 속에 APEC 정상회의가 취소되기도 했으며, 대통령이 마약 밀매 혐의를 받고 있는 온두라스, 정부 부패에 반발하며 1년 가까이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아이티 등 중남미 지역의 정치적 경제적 불안이 끊임없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볼리비아 시위대가 10일(현지시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며 바리케이트 옆에 서 있다.[로이터]

중남미 국가들의 정치적 혼란은 ‘한 국가 두 대통령’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뿐 아니다. 10일(현지시간)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대선 개표 조작 의혹에 휩싸이며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임했다. 한 때 그는 쇠퇴하는 ‘핑크 타이드(Pink Tide·온건한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물결)’의 대부로 불리기도 했으나, 장기집권의 야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선 부정 의혹 속에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이에 중남미 좌파 진영의 대통령들은 일제히 모랄레스 대통령의 퇴진을 ‘쿠타타’로 규탄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우리의 형제인 모랄레스 대통령에 대한 쿠테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으며, 알레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도 “군과 경찰, 폭력 시위의 결과로 볼리비아에서 쿠테타가 발생했다”고 비난했다.

이들 중남미 좌파 정치 세력의 반발 속에 과거 중남미 핑크 타이드를 이끌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지난 8일 석방되면서 남미 강국인 브라질에서의 정치 지형의 일정한 변화도 예상되고 있다. 브라질 현지 언론들은 룰라 석방 이후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대규모 군중 시위가 빈발하는 등 정치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규모 무상복지 정책인 ‘페론주의’를 내세우는 좌파 대통령을 새롭게 맞이한 아르헨티나는 정치적으로는 핑크 타이드의 부활을 예고했지만, 경제적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지원 중단이라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페론주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알베르트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은 외국 자본에 대한 배타적인 성향과 산업 국유화를 내세우고 있으나, 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있어 부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IMF의 압박으로 아르헨티나가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질 경우 신흥시장의 자금 이탈도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스러운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중남미 지역에서의 정치, 경제적 불안은 이미 남미의 오아시스로 불리는 칠레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를 통해 그 실상을 드러냈다. 지난달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촉발된 칠레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APEC 정상회의 취소로 이어졌으며, 중남미 지역의 경제적 양극화의 일단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중남지 지역 국가들의 경제적 취약성은 중남미 국가들의 자원 의존적인 경제 구조에 근거하고 있지만, 정부의 부정 부패 역시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아이티에서는 1년 가까이 주말마다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이티 정부가 카리브해 국가 석유동맹인 페트로카리브를 통해 석유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수십억달러를 유용한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조사가 진행되지 않자 아이티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만 시위대와 경찰 사이의 유혈 충돌로 30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

온두라스에선 마약 밀매 혐의로 미국 뉴욕 연방 검찰로부터 기소된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의 사임 요구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중남미 전문가들은 최근 시위의 근본 원인으로 좌우 상관없이 썩은 정치권에 대한 분노, 경제 양극화에 대한 서민들의 불만, 고질적인 정부의 무능과 부정부패 등을 꼽았다. 일각에선 홍콩과 유럽 시위가 남미 시위대에도 일부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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