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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호진의 부동산 터치!] 노무현의 버블 세븐-문재인의 노블 세븐
버블세븐, 규제의 역설로 집값 급등
상한제, 청약광풍·풍선효과 부작용
펄펄끓는 강남수요 통로 만들어줘야
노블세븐 성공은 창의적 공급에 달려

서울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그리고 영등포구 27개 동(洞)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로 지정됐다. ‘규제 시리즈의 마지막 퍼즐’로 분양가 상한제를 예고한 지 4개월만이다. 집값 대장주들을 꼭 찍어 핀셋 규제했으므로 시장에 주는 충격은 최소화하면서 집값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회심의 카드’로 꺼내든 분양가 상한제는 분명 단기적으로 재건축 투자 열풍을 잠재우고 기존 주택 매수 수요를 청약 수요로 묶어둬 집값 상승을 누르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반면 새 아파트 공급 위축에 따른 ‘로또청약’ 광풍과 기존 아파트 가격급등이라는 중장기적 부작용도 크다. 이번 11·6 대책은 어느 쪽일까. 상한제 예고이후 4개월 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후자쪽으로 저울추가 기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정부때와 판박이다. “하늘이 두쪽 나도 집값을 잡겠다”는 정신을 그대로 계승했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집값 급등지역을 ‘버블 세븐’이라 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목동·분당·평촌·용인이다. 이번에 지정된 핀셋 규제지역 강남 4구와 마용성은 버블 세븐에 비견돼 ‘노블 세븐’으로 불린다. 반포 한강변 아파트가 3.3㎡당 1억원을 찍었으니 ‘고귀하다’는 수식어가 붙을 만하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한 27개 동 중 한 곳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정부는 버블 세븐 지역에 거품이 잔뜩 끼었다며 대출·청약·세제(종합부동산세 도입), 차익환수(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융탄폭격식 규제를 가하는 한편 판교, 위례 등 2기신도시로 수요분산을 시도했으나 집값 상승흐름을 돌려놓지 못했다. 그해 서울 집값은 오히려 30% 가량 치솟았다. 이듬해 9월에는 지금처럼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했다.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2007년 5만가구에서 2008년 2만1900가구로 급감했다. 건설사들이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밀어내기 공급에 나섰다가 이듬해 제도가 본격 적용되자 물량을 줄인 것이다. 2008년 서울 집값은 9.56% 올랐다. 버블 세븐보다 노블 세븐 시대가 불안한 것은 지금이 그 때 보다 경기는 냉골인데도 부동산 시장만 뜨겁고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못해 떠도는 뭉칫돈이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노블 세븐 집값을 투기꾼이 조장하는 거품으로 보고 몽둥이로 때려잡고 돈줄을 조인다고 꺾일 욕구가 아니라고 본다. 2006년 버블 세븐 당시 부동산 시장의 권위자로 꼽히는 수전 왁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교수는 “한국의 주택 가격에 거품은 없다”며 “한국은 오히려 강력한 규제가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어 버블이 아닌 규제에 의한 가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지금 노블 세븐에도 적용될 만한 얘기다. 신반포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아파트는 지난달 34억원에 거래됐다. 2013년 분양가는 13억~14억원대였다. 2016년 입주 초기 실거래가는 20억원 초반. 그때도 한강변 신축은 평당 1억원이 될 거란 말이 나돌았다. 이를 일부 투기꾼의 선동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3년 만에 현실이 됐다. 정부는 그사이 10여 차례 부동산 규제를 쏟아냈다. 그때 마다 잠시 조정을 받는 듯했지만 결국 톱을 찍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2% 밑으로 떨어지고 내년에도 2% 내외의 저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내년 서울 집값은 상승 혹은 강보합이 점쳐진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서울 신규주택(준공 후 5년 내) 비율이 2016년 14.9%에서 내년 12.6%로 하락하는데다 상한제로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물량까지 줄어 새 아파트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 집값을 떠받칠 것으로 봤다. ‘분양가 상한제→재개발·재건축 수익성 악화→공급 감소→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의 패턴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기에 저금리, 유동성이 복합 작용해 서울 집값이 적게는 1%, 많게는 5%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한다.

강남 집값을 투기꾼이 빚어낸 거품으로 규정하고 수요 억제에 매달려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강남은 교통, 학군, 일자리, 생활편의 시설, 문화·건강 인프라 등 뛰어난 입지와 희소가치를 누리는 곳이다. 정부의 자사고 폐지와 정시 확대 방침에 교육수요가 즉각 반응하는 곳도 강남이다. 이런 펄펄 끓는 수요에 응답하는 창의적 공급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문재인의 노블 세븐’은 ‘노무현의 버블 세븐’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선임기자/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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