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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 예술가와 비장애인 예술가, 5개월의 협업 스토리
서울문화재단, 공동창작 워크숍 결과전시
'멀티탭: 감각을 연결하기'전
11월 6~10일까지 JCC아트센터
서울문화재단 장애X비장애 예술가 공동창작 워크숍 결과전시 '멀티탭:감각을 연결하기' 전시전경. [사진=헤럴드DB]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기란 녹록한 일이 아니다. ‘그래야 한다’는 당위는 무지한 배려와 친절에 오해와 불편함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이 같은 상황이 몇 번 반복되고 나면, 무관심과 거리두기가 최선으로 보인다.

서로의 차이를 알고, 이를 존중하며 새로운 협력을 도모하는, 이 지난하고도 어려운 작업을 예술가들이 시도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예술가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은 장애-비장애 예술가가 서로 다른 언어와 감각을 교류하는 과정을 담은 전시 ‘멀티탭: 감각을 연결하기’를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JCC아트센터에서 6일부터 10일까지 개최한다.

전시는 서울문화재단 산하 시각예술 레지던시인 잠실창작스튜디오, 금천예술공장, 신당창작아케이드 등 3곳의 입주작가 7명은 지난 5개월간 진행한 공동창작 워크숍의 결과물로 선보인다. 국내 유일의 장애예술가 창작공간인 잠실, 현대미술에 집중하는 금천, 공예작가들이 많이 입주한 신당 등 세 레지던시는 각각의 색이 뚜렷하다. 세 공간의 입주작가 스무명 넘게 모였고, 포트폴리오만 보고 팀을 구성했다. 이중 최종 선발된 팀은 2개다.

신이피(금천), 최일준(신당), 홍세진(잠실)작가는 ‘병풍풍경’팀을 구성했고, 김환(잠실), 신이서(신당), 최챈주(신당), 조경재(금천)등 4명 작가는 ‘해피아워(Happy Hour)’로 뭉쳤다.

병풍풍경은 홍세진 작가의 ‘병풍과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각자 자신의 작업을 발전시켰고, 이를 하나의 전시로 묶어냈다. 청각장애를 가진 홍세진은 자신의 작업에 대해 “감각할 수 없는 청각의 세계와 감각할 수 있는 시각의 세계를 조합했다. 병풍은 나에겐 가상의 이미지다. 실제 보는 풍경과 스크린으로 보는 풍경이 다르지 않나. 보청기를 끼면 실제 소리가 아닌 인공이 섞인 소리가 들린다”고 설명했다. 신이피는 이를 바탕으로 ‘인위와 자연’을 담아내 진화론과 관련된 영상작업을 제시했고, 최일준은 ‘껍질과 몸’을 주제로 알루미늄 판 위에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서로가 서로의 병풍이면서 풍경으로 자리한다.

해피아워팀은 처음부터 개인작업을 배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장르의 작가들이 공동작업을 만들자는 목표였는데 “처음부터 틀어졌다. 만날수록 너무 다르구나 싶어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김환). 그래서 찾은 공통점은 작업을 할 때 빠질 수 없는 ‘육체의 노동’이었다. 몸을 움직이는 ‘놀이’로 작업을 발전시켜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네 명의 작가는 ‘고깔’을 탐구하며 이것으로 ‘놀았다’. 작은 구멍으로 세상을 보기도 하고, 소리도 질러보며 관점의 차이에 대해 말한다. 이 과정은 재래시장 뒷골목에서 촬영한 영상으로 남았다. 회화, 조각, 사진을 하는 작가들의 첫 영상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이라서 혹은 비장애인이라서 협업하는데 차이가 있었을까. 아니면 작업 앞에 평등한 다 같은 작가였을까. 어느쪽인지 관찰자의 입장에선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청각장애를 가진 홍세진작가와 이야기 할때는 목소리를 크게 하기보다 입모양을 정확히 하는편이 도움이 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는 일화를 통해서 배려에 앞선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은 명확하다.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이에 대해 “공동 창작워크숍의 진짜 의미는 어떤 결과물이 아니라 나와 다름을 경계하지 않고 ‘다름’을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움과 ‘다양성’으로 이해하는 작가들”이라고 말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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