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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폐지’ 허경영, 조국 사태 비집고 부활(?)하나
-‘조국 사태’ 공정논란에 조성된 불신사회 틈 비집고 들어와
-묘하게도 옛공약 화제…일각 “정치판이 만든 혹세무민 세상”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허경영이 여의도 정치판에 또 나타났다. ‘국가혁명 배당금당’(대표 허경영)이라는 이름부터 생소한 정당으로 내년 총선에 뛰어든단다.

전문가와 일반인들의 건전한 상식, 그리고 기존 정치 문법과 동떨어진 그의 기이한 캐릭터는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지난 8월 창당하고 9월 선관위에 정당등록을 마친 후 여의도발(發) 첫 일성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교육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국 사태’ 이후 청와대와 여당이 탈출구로 외국어 고등학교 등 특목고 폐지, 그리고 정시확대를 골자로 한 대입제도 개편을 급조해 들고나온 것을 정면에서 꼬집은 것이다.

그가 내세운 교육, 특히 대입 공약도 역시 파격적이다. 허 대표는 “대입제도의 문제점과 우리 교육현실이 재조명되고 있다”며 수능시험 전면 폐지를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교육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세계적 천재 아인슈타인도 우리나라에 오면 서울대 입시에서 낙방할 것”이라며 “고등학교 3년동안의 시험을 대학에서 전공할 한 과목만 보게하고, 내신과 등록금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제도권정치에서 아웃사이더인 그 이지만, ‘조국 사태’로 표면화된 ‘진보 꼰대’들의 비겁함, 이를 옹호하는 궤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20대들이 솔깃하고 박수를 보낼 만한 내용도 엿보인다.

허경영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발표했던 혁명공약 33개와 함께 여의도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전혀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흘러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 공약이다.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축소하고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하며, 결혼수당으로 남녀 각각 5000만원 씩 1억원을 지급하고, 출산시 5000만원, 전업주부수당 100만원, 노인에게는 월 70만원을 지급하는 것 등이 혁명공약 33개의 골자였다.

당시에는, 또 지금도 정신나간 한 정치인의 헛소리로 치부되곤 하지만, 그의 공약 33개 중 상당수는 현실화된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 허경영을 허황된 꿈을 꾸며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그냥 재미있는’ 인물로만 치부하지만, 다른 일각에선 ‘인터넷 본좌’로 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허 대표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 흥미로운 것은 허경영 혁명공약 33개 중 일부 내용은 지금 집권여당이 적극 추진하고 있거나 내년 총선 공약으로 준비중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공약을 베낀 것은 아니겠지만, 묘하게도 일치하는 게 적잖다. 국가 예산 400조원의 절반을 국민들에게 배당해주는 것, 징병제를 폐지하고 월 200만원의 모병제를 도입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허경영 공약의 골자는 근본적인 국가운영 전략은 없고 ‘국고를 그저 퍼다 나르는 게’ 대부분이었다. 당시 대부분 사람들이 ’정신 나간 정책’이라며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오늘날, 당시 공약 33개가 하나둘 씩 현실로 이뤄지려고 하는 상황 앞에서 상식이 파괴되는 듯한 혼란을 느끼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청와대가, 집권 여당이 정치와 정책을 잘 펼쳤다면 이런 일이 생겼을까.

황당한 언변으로 무장한 허경영 공약과 주장에 일부 젊은이, 그리고 일부 유권자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맞다 틀리다 토론을 펼치는 것 자체에 청와대와 여야, 정치인들은 모두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리더가 잘하면 혹세무민 세상은 없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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