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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영수증? 그런 거 몰라요…종이영수증 있어야 환불”
본지 기자 ‘전자영수증’ 써보니…
옷가게·편의점에서 구매후 전자영수증 발급
스마트폰에 앱 설치하니 결제내역 영수증화
환불 요구엔 이구동성 종이영수증 지참 요구
정부·카드·유통업계 서비스 확대 팔걷었지만
법적 근거 없고 제지업계도 반발 안착 요원
휴지통에 버려지는 종이영수증(윗 사진), 전자영수증 앱을 통해 받은 전자영수증 내역(아래 사진)이상섭기자/babtong@, 채상우기자 /123@

“이게 뭔데요? 종이 영수증이 없으면 환불 안됩니다”

최근 정부와 IT, 카드업계가 나서 전자영수증 서비스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소비 현장에서 전자영수증은 여전히 ‘구매 증명’으로는 활용이 어려운 낯선 물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옷가게와 편의점 두 곳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전자영수증으로 환불을 시도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곳에서 모두 전자영수증을 이용해 환불을 받지 못했다. 전자영수증을 내밀자 돌아온 대답은 “전자영수증을 모른다”거나 “가게에서 발급한 종이영수증이 필요하다”는 답변이었다.

먼저 전자영수증을 사용하기 위해, 제품 구매전 ‘전자영수증’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설치했다.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앱만 설치하면 스마트폰에 카드 결제 내역이 문자로 통보되고 이를 자동으로 인식해 앱 내에서 전자영수증이 발행되는 식이다.

앱 설치 후, 경기도 일산 근처에 있는 한 보세 옷가게에서 1만1900원짜리 티셔츠를 카드로 구매했다.

구매와 동시에 문자로 카드 결제 내역이 통보되면서 전자영수증 앱에서도 전자영수증이 바로 발급됐다. 전자영수증에는 결제금액, 결제수단, 거래일시와 제품을 구매한 사업자번호, 대표자명 등이 적혀 생성됐다.

모바일로 발급됐다는 사실만 뺀다면 흔히 이용하던 종이 영수증의 형태와 다름없어 보였다. 다만 구체적인 구매 품목이 표시되지는 않았다. ‘결제금액’으로만 표시된 점이 종이 영수증과 달랐다. ‘결제금액’을 안내하는 카드사의 문자를 바탕으로 전자영수증이 생성되다보니 구매 품목의 정보까지는 담기지 않는 것이다.

다음날 같은 매장에 방문해 전자영수증을 보여주며 환불을 요구했다.

20대 초반의 아르바이트생은 “전자영수증은 처음봐서”라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매장 매니저까지 나와 전자영수증을 확인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저희가 발급해드린 영수증을 가져오셔야 됩니다”였다. 그는 “저희가 이걸로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라는 말로 환불을 거부했다.

다음으론 편의점에서 1500원짜리 음료를 구입해 환불을 시도해봤다. 결재과정에서 60대로 보이는 매장 관계자는 “영수증 드릴까요?”라는 물음도 없이 관성적으로 영수증을 구겨 옆 휴지통에 버렸다.

20분 뒤에 다시 찾아가 전자영수증을 이용해 환불을 시도해봤다.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는 대규모 사업체인만큼, 편의점에서 만큼은 충분한 숙지가 이뤄졌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매장 관계자의 첫 마디는 “이게 뭔데요?”였다. 그는 “그런거 몰라요. 종이 영수증이 없으면 환불 안돼요”라고 했다. 묻지도 않고 종이 영수증을 구겨 버린건 그였지만, 환불을 위해서는 종이 영수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에는 전자영수증에 대한 어떤 법적 근거도 규정돼있지 않다. 이 때문에 전자영수증은 실제로는 법적인 효력을 지니지 않는다. 전자영수증을 통한 환불이 거부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자결제 업계를 비롯해 카드, 유통업계에서는 전자영수증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산업인 제지업계는 전자영수증 도입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전자영수증이 일상이 안착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박세정·채상우 기자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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