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지도부·계파 안팎 기싸움 기류 감지
-황교안 ‘박찬주 영입’ 내부 반발로 잠정 보류
-나경원 ‘표창 시상’ 여파…김무성 “아연실색”
-황교안·나경원 리더십에 타격 불가피 전망
-“당 민주적 분위기 증거” 일각 긍정평가도 있어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자유한국당 ‘투톱’이 내부 인사들의 비판으로 거듭 몸살을 앓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박찬주 영입’, 나경원 원내대표는 ‘표창장 시상식’ 등의 행보로 나란히 논란이 됐다. 이로 인해 당 지도부 안은 물론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해묵은 기싸움도 재차 감지되는 가운데, 총선에 앞서 주도권 다툼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한국당에 따르면 황교안 대표 체제의 ‘1호 인재’로 꼽힌 박찬주 전 육군대장의 영입이 미뤄졌다. 황 대표는 애초 이날 박 전 대장에게 임명장을 주고자 했다. 그러나 직전 당 최고위원들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어 무산된 것이다. 박 전 대장은 지난 2017년 공관병에게 가혹한 지시를 하는 등 갑질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후 지난 4월 불기소됐다. 다만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는 벌금형을 받고 상고심 중이다. 당 최고위원들은 박 전 대장의 대외적 이미지가 ‘1호 인재’로 놓기에 좋지만은 않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영입설이 돈 직후 여론이 심상찮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고 한다.
나 원내대표는 주로 비박계에서 연일 표적이 되고 있다. 그가 지난 22일 ‘조국 청문회 TF’에 관여한 전·현직 의원 14명에게 표창장과 50만원 상품권을 준 데 따른 후폭풍이다. 내부 잔치를 벌일 때가 아니었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에게 오만함으로 읽힐 수 있다는 비판도 일었다. 비박계 수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전날 나 원내대표를 놓고 “앞에 쭉 불러내 줄 세우더니 표창장에 봉투까지 주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며 “‘미친것 아니냐’고 뒤에서 구시렁거린 소리가 그것”이라고 비판했다. 비박계에 속하는 조경태·정미경 최고위원 등은 나 원내대표를 향해 공개사과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렇듯 한국당 분위기가 줄곧 심상찮은 데는 내년 총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안, 각 계파 간 공천 기싸움이 곧 벌어질 전망인데, 이에 따른 전초전이란 것이다. 특히 황 대표의 리더십은 이번 ‘박찬주 영입’ 후유증으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온다. 총선에 앞서 ‘황교안의 사람’을 당내로 들이려는 첫 시도가 가로막힌 모양새여서다. 당 대표 주도의 인재 영입 계획이 공식 발표가 되기 전 당 최고위원들에게 제지를 당한 모양새는 이례적이다. 황 대표는 박 전 대장 영입을 위해 대전에서 직접 대면했다. 그만큼 영입에 공을 들인 인사였다.
나 원내대표도 난감한 상황이다. 한국당은 총선에 앞서 오는 12월 원내대표 경선을 할 예정이다. 비박계는 나 원내대표 당선에 친박계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총선에 앞서 그들과 가까운 새로운 원내대표 추대를 염두 중인 분위기다. 비박계의 즉각적인 성토가 이에 따른 ‘흔들기’ 일환이란 것이다. 나 원내대표 측은 내심 당헌당규에 따른 연임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의 초선 의원은 “벌써부터 불꽃이 튀는데 연말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당 내에선 이같은 ‘몸살’이 되레 당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말도 나온다. 당 핵심 지도부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 민주적 분위기가 있다는 의견이다. 김세연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특히 박 전 대장의 영입이 보류된 일을 놓고 “당의 판단 능력이 아직 살아있다는 점에서 안도되는 대목”이라며 “정부여당의 ‘조국 사태’와 비교한다면 (국민 목소리에 대한)우리의 판단이 좀 더 빠른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