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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원장] R&D 사업화를 위한 이어달리기가 필요하다

  • 기사입력 2019-10-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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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이륙에는 활주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수 비행체를 제외한 대다수의 중대형 항공기는 양력을 얻어 이륙하기 때문에 이 힘을 일으키기 위한 적당한 거리가 요구된다. 550톤 규모로 800명 이상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A380의 경우 3㎞ 이상의 활주로가, 50톤가량의 소형 여객기들은 1.5km 정도의 활주로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항공기라도 적당한 활주로가 없으면 뜰 수가 없다.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항공기로, R&D 지원 시스템을 활주로라고 생각해 보자. 항공기가 하늘로 이륙하기 위해 잘 닦인 길이 필요한 것처럼, R&D 성공을 위해서는 견고한 지원 시스템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국가 R&D의 경우 대다수 기술 선진국과는 다르게 연구 단계별 중점 지원 영역이 부처별로 나뉘어 있다. 기초·원천 연구는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응용 및 개발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등이 담당한다.

이로 인해 국내 다수 연구자들은 기초연구부터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한 개 부처를 통한 안정적인 지원을 못 받고 있다. 이들은 여러 부처를 번갈아가며 후속 사업 또는 과제 확보에 역량을 소모한다. 이 과정 속에서 기술과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지 못하고 사업화라는 열매를 맺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고 만다.

이러한 방식의 R&D 지원은 쭉 뻗은 활주로가 아닌 듬성듬성 구멍이 뚫린 활주로와 같다. 부처별 복잡한 R&D 사업들은 연구자들이 연구에 날개를 다는 데 큰 어려움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들어 부처 간 개별사업의 한계점에 대한 인식이 늘어 국가 R&D 관련 기관 간 협업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기초연구와 연계된 추가 연구 및 상용화 지원은 극소수다. 부처 협업을 근간으로 설계된 대다수 다(多)부처 사업들도 실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사업들은 부처별로 영역을 나누고 각각의 소관 영역을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는 ‘이어달리기’ 시스템이 아닌 ‘함께 달리기’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미국과 독일, 영국 등 대다수의 선진국 연구소들은 블록펀딩(Block Funding) 방식으로 각각의 기관에게 기초연구부터 응용과 개발까지 지원함으로써 기술 축적과 성과 확산을 유도한다. 블록펀딩이란 연구기관의 목적에 맞는 연구 촉진을 위해 지원하는 자금으로, 각 기관에 예산집행 자율권이 부여된다.

또한 유럽 연합(EU)에서는 우수 아이디어를 상업화까지 이끌어내기 위해 ‘Horizon 2020’이라는 범국가 차원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7년간의 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98조 원에 달하며, 기초-응용-개발 연구를 연계하여 지원한다.

우리나라도 R&D 사업화 제고를 위해 과기정통부에서 지원한 기초연구 중 우수한 성과를 산업부와 중기부 등에서 자연스럽게 이어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민간의 역량이 연구개발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진정한 이어달리기 시스템을 통해 R&D 지원이 기업의 매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기업이 R&D 이후 사업화 과정에서 직면하는 데스밸리를 극복하기 위한 R&D기관, 자금지원 기관, 조달기관 등의 ‘이어달리기’도 동시에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속 R&D 선도자가 되기 위해 관련기관 간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때다. R&D 과제 간 벽을 허물고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큰 그림을 그려 구멍이 나 있는 R&D 지원 활주로를 매끄럽게 연결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탁 트인 활주로를 달려 하늘로 날아오르는 비행기처럼, 우리나라 국가 R&D가 시원스럽게 비상(飛上)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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