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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남으려면…천개의 가면 뒤 욕망 읽어라
경제·사회 불확실성 시대…2020 트렌드서 봇물
디지털 기술 고도화·라이프스타일 변화 흐름속
‘멀티 페르소나’ 소비자 초개인화 맞춤전략 찾기
‘日 잃어버린 20년’ 전철 밟지 않도록 경계를…
이른바 개인화 마케팅을 하는 것은 기업의 오랜 숙원이었다. 개인화 마케팅을 향한 기업의 열망은 최근 10년 간 세 번의 변곡점을 겪었다. 스마트폰의 등장, 센싱을 위한 사물인터넷, 그리고 고객 인식 및 분석을 위한 인공지능이다. 대규모 고객 접점을 보유한 금융, 통신, 그리고 해외 소비재 업종에서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디지털트렌드 2020’에서)

정치·사회·경제·외교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여느 해보다 트렌드 도서를 찾는 손길이 빨라지고 있는 것도 그런 불안감이 큰 데 있다.

2020년을 전망한 책들은 대체로 디지털기술의 고도화와 혼자사회가 만들어내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압도적인 흐름인 인공지능 관련 기술과 5G, 가상현실 등 차세대 기술들이 바꿔놓을 사회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한국경제가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맞게 될지, 국가가 장기적으로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 지 등도 관심사다.

트렌드 예측의 원조격인 김난도 서울대교수의 ‘트렌드코리아2020’는 내년 소비트렌드의 가장 중요한 세 축으로 ‘세분화’, ‘양면성’, ‘성장’을 꼽았다. 무엇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장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소비자를 현미경적으로 관찰, 나누고 쪼개 그들의 숨겨진 은밀한 욕망을 읽어내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시장은 천 개의 가면을 쓴 멀티 페르소나 소비자들로 넘쳐난다. 이들은 시시때때로 변한다. 딸일 때, 아내일 때, 직장인으로서, 커뮤니티 멤버로서 각각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더욱이 SNS상에선 익명, 기명으로 수많은 얼굴을 갖고 있다.

다중정체성을 지닌 멀티 페르소나 소비자의 선호를 따라잡으려면 ‘특화’는 필수다. 단순한 개인화가 아니라 ‘초개인화’, 과녁의 정 중앙 즉, 불스아이를 맞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얘기다. 마무리 감정까지 만족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취향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성향은 더욱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이끄는 ‘업글인간’과 ‘오팔세대’, ‘페어 플레이어’ ‘팬슈머’ 등 새로운 종족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열중하는 업글인간은 ‘나는 업글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모토로 삼는다. 이들은 ‘남들보다 나은 나’가 아니라 ‘어제보다 나은 나’를 지향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이다.

베이비부머는 다양한 빛깔로 빛나는 ‘오팔세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인구 수뿐만 아니라 자산 규모와 소비 측면에서도 이들은 큰 손이다. 밀레니얼 세대만큼이나 신기술에 능숙하고 자신의 표현에 적극적인 오팔세대는 ‘보헤미언 랩소디’, ‘내일은 미스트롯’ 열풍의 진원지이기도 할 만큼 문화콘텐츠 산업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성역없이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는 ‘페어 플레이어’들의 활약, 팬심과 덕심으로 충만한 ‘팬슈머’의 활약도 주목을 끈다.

이 새로운 종족에게 공히 나타나는 현상은 소유하지 않고 향유하는 ‘스트리밍’ 트렌드다. 매순간 편하게 선택해 즐기는 자유와 풍요를 꿈꾼다.

이런 초개인화의 뒤에는 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기술’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빅데이터 분석기업 다음소프트 생활변화관측소가 펴낸 ‘2020 트렌드노트’는 빅데이터를 근거로 우리사회가 개인의 주관적 만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지적한다. 불편한 만남 대신 혼자만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나만의 즐거움을 위한 시공간과 콘텐츠를 찾아나서고 있는 것이다.

‘혼라이프’를 원하지만 관심사나 취향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높다. 나를 침범하지 않고, 즐거움을 해치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느슨한 공동체를 이들은 원한다. 과거의 취향 공유 커뮤니티와 달리 취미가 곧 자신의 정체성임을 내세우고 ‘우리 OO이들’로 부르는 등 ‘동족’으로 표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IT 전문 포럼 커넥팅랩은 ‘모바일 미래보고서 2020’에서 2020년을 ‘초시대’로 규정한다. 5G를 통해 기존의 한계를 초월한 기술과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 5G를 중심으로 통신, 인터넷, 방송이 통합되는 것이다. 가장 연결성이 높은 산업분야는 자동차. 실시간 교통정보는 물론, 맛집정보를 받고, 프로야구 중계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는 게 가능해진다. 마블의 DC 캐릭터들과 함께 악당을 무찌르는 VR콘텐츠를 즐긴다든지 다른 공간에 있는 이들이 가상공간에서 유럽챔스리그를 함께 본다든지 하는 경험이 가능해진다. 무선이어폰의 진화, 히어러블 산업은 초감각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전략 컨설팅펌 아이티컨버전스랩이 내놓은 ‘디지털트렌드2020’는 특히 몸짓과 표정까지 읽어내는 감성 AI에 주목한다. 감성AI는 음성 및 표정 인식을 통해 개인이 드러낸 미묘한 차이를 학습해 결핍을 채워주는 것으로, 개인에 최적화된다. 실감형 미디어가 뉴미디어로서 전면에 등장, 인터넷 스트리밍서비스와 융합을 이룰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은 보다 다양한 분야로 확대된다. 가령 건축 설계 및 사회기반 시설 구축 현장에 홀로그램을 이용하는 식이다. 공간을 재정의하는 공유경제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국경제는 과연 이 시기를 버텨낼까? 빨간불이 켜진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은 민간영역의 축소와 생산가능인구 감소, 노동생산성 저하 등 사회구조적 변화, 주력산업 경쟁력 위축, 수출부진 등이 꼽힌다. 전략정책연구원은 ‘2030 10년후 한국경제의 미래’에서 세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현 상황이 악화될 경우 시나리오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꼴이 되는 것이다. 1990년 이전까지 잘 나가던 일본경제는 2000년대 들어 1% 안팎의 저성장으로 추락했다. 심지어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점차 벗어났지만 여전히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보다 더 상황이 심각할 수 있다, 일본은 여전히 1억2천만명의 탄탄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고 수출의존도도 크다. 미중무역전쟁, 한일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북핵과 한일과거사 등 외교안보문제에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추락할 수 있다.

현 상황을 개선할 베스트 시나리오는 과도한 주택구입비와 자녀교육비 해결과 고등학교 직업교육 지원 등이 요구된다. 금융서비스산업, 관광산업 육성, 중소기업에 과감한 투자, 여성의 노동참여 등이 제시됐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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