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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로제타에게 서민금융 지역협의체가 있었더라면…

18세 소녀 로제타는 어느 날 일하던 공장에서 해고된다. 필사적으로 퇴사를 거부하는 그녀와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에 숨이 턱 막힌다. 1999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 ‘로제타’의 도입부다.

영화는 1990년대 후반 벨기에를 배경으로 홀로 생계를 책임지며 고군분투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로제타는 알코올중독자에 생활 능력이 없는 엄마와 캠핑장 트레일러에서 살고 있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해도 불합리한 이유로 곧 해고되고 만다. 근무 기간이 짧아 정부로부터 실업급여를 받을 수도 없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소원인 그녀에게 도움 주는 곳 하나 없는 영화 속 현실은 답답하기만 했다.

이런 로제타에게 가까이에서 도움을 주는 기관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녀가 새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손길이 있었다면, 정부의 실업급여는 받을 수 없지만 다른 제도가 있다고 안내해주는 이가 있었다면 그녀는 다시 일어나 살아갈 희망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20년 전 벨기에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큰 문제다. 지자체를 비롯해 신협 등 서민 금융회사, 지역 신용보증재단, 자활센터와 같은 공공기관 등 서민·취약계층 지원 기관은 많지만 개별적으로 운영되어 사각지대가 발생해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러 기관들이 협업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는 서민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여러 기관들과 서민금융 지역협의체를 구축 중이다. 수요자가 유관 기관 중 한 곳만 방문해도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안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신협 등 지역의 서민 금융회사, 금융복지 상담센터, 지역자활센터, 지역신용보증재단,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등 유관기관의 상담사들과 지자체는 협의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해 수요자에게 필요한 제도를 상호 연계 지원한다. 또한 협의체 참여 기관들은 홈페이지와 소식지, 전광판 등 다양한 홍보 채널과 담당자 교육 등을 통해 서민·취약계층에게 관련 제도를 알린다. 다른 기관의 제도를 서로 홍보함으로써 고객이 서비스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전국 35개 지역에 협의체를 구축하고, 차츰 활성화하면서 통합지원센터 이용자도 증가하고 있다. 협의체가 구성된 금년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간 센터의 월 평균 방문자는 작년 동기 대비 19.8% 늘었고, 같은 기간 기관 간 연계 지원한 건수는 66.0% 증가했다.

지역협의체를 통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은 이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건설 현장에서 일해 온 50대 남성 A씨는 최근 일감 부족으로 권고사직을 당했다. 대출금 4700만원으로 인한 부담을 덜고자 지난 22일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찾은 그는 상담사의 도움으로 신용회복위원회의 사전 채무조정제도를 안내 받았다. 성남 통합지원센터의 신복위 상담사는 A씨의 상담 내용을 인계 받아 사전 채무조정을 지원했고, 고용복지플러스센터와 연계해 실업급여는 물론 취업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한편 임금체불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던 B씨는 군산 통합지원센터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임금체불 생계비 지원제도를 안내 받아 센터에서 지원 가능했던 8~9%대의 근로자 햇살론보다 낮은 연 2.5% 금리로 생계자금을 이용할 수 있었다. 공급자 중심이 아닌 협의체를 통한 수요자 중심의 원스톱 연계 지원으로 고객의 어려움을 덜어준 대표적인 사례다.

서민을 지원하는 기관과 제도가 다양해지면서 수요자가 자신에게 적절한 지원제도를 직접 파악하고 이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서금원과 신복위는 앞으로 지자체와 서민 금융회사, 유관기관 등 민간 및 공공의 협업을 통해 포용금융을 뒷받침해나갈 것이다. 서민금융 지역협의체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서민·취약계층 분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시스템으로 안착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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