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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거나 항의하거나 자포자기하거나…부동산 합동점검 첫날
공인중개업소 ‘화들짝’…거센 항의도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 11곳 중 3곳만 개점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2년 새 13억원 올랐어요… 올 게 왔다 싶은 거죠.”

1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 앞 상가. 공인중개업소 3곳에 정부의 ‘부동산시장 합동점검반’ 5명이 들이닥치고 일대가 소란스러워지자 이를 목격한 한 주민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1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 앞 상가 내 공인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정부의 부동산시장 합동점검이 이뤄졌다. [양영경 기자/y2k@]

이날 중개업소 현장 점검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이 지난 7일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32개 기관 합동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한 후 처음 이뤄졌다. 기습 점검을 받은 대상은 이 단지와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인근 공인중개업소다.

정부는 두 단지가 강남과 강북의 집값 상승을 견인한다고 판단해 첫 점검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지난달 전용면적 84㎡가 27억9800만원에 거래됐고,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은 지난 8월 중순 12억5000만원에 팔려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취재진의 접근에 “업무 방해하지 말라”, “우리 영업장엔 발도 들이지 말라”며 불쾌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 상가 1층에는 11곳의 공인중개업소가 있는데, 이 중 문을 연 3곳만 점검대상이 된 데 따른 불만도 나왔다.

단속 지역에 대한 정보는 비밀에 부쳐졌지만, 해당 정보는 빠르게 퍼져 나간 듯했다. 문은 잠겨 있는데 사무실 안에는 불이 켜진 곳도 보였다. 공인중개업소 외부에 붙여놓은 매물정보를 다 떼어내고 자릴 비운 곳도 있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점심시간까지 문이 열린 것을 확인했다”며 “점검반이 상가에 모습을 보이자 나머지 업소들은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1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 앞 상가 내 공인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정부의 부동산시장 합동점검이 이뤄졌다. [양영경 기자/y2k@]

합동점검반은 이날 자격증·사무소 등록증 불법 대여, 중개수수료 초과수수 및 중개대상물 확인설명 여부 등 공인중개사법 위반사항을 점검했다. 한 공인중개업소는 최근 거래한 계약서를 모두 꺼내놓고 나서야 “아예 들어와서 보시라”며 자포자기한 모습도 보였다.

이날 강남·마포의 5개 업소를 상대로 점검을 벌인 결과, 3개 업소에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 의무 위반 등 불법 행위 6건이 적발됐다. 합동점검반은 적발된 공인중개사법 위반 행위에 대해 등록 관청의 행정처분이나 고발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단속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릴 높였다. 집값이 오른다고 애꿎은 중개업소를 단속하고, 문을 연 영세한 업소만 정부 단속의 표적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잘 나가는 지역을 콕 집어준 셈”이라면서 “먹을 것이 있다고 보고 더 몰려들 수 있다”며 단속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는 이 같은 합동점검을 연말까지 이어간다. 일시적으로 문을 닫고 단속을 피해가는 공인중개업소에 대한 대책도 추가적으로 고민한다는 계획이다. 유혜령 국토부 부동산산업과장은 “서울 마포 외에 다른 지역들도 다음 주부터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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