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유재석이 ‘놀면 뭐하니? ‘일로 만난 사이’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에 출연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과거 유재석 예능의 최대 원천은 ‘무한도전’이었다. ‘무도’를 통해 유재석뿐 아니라, 박명수 정준하 하하 등 다른 멤버들도 큰 인기를 누렸다.

‘무도’가 없어진 지금 유재석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의 존재감은 크게 약화됐다. 유재석은 ‘무한도전’과는 다른 프로그램들로 자신의 디테일을 더욱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사람들은 그것을 더욱 더 좋아해주는 것 같다.

MBC ‘놀면 뭐하니?’의 ‘유플래쉬’나 ‘뽕포유’는 결과적으로 유재석 혼자 펼치는 ‘무한도전’ 같기도 하다. 유재석 혼자 해도 ‘힘’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오히려 ‘무도’ 동료들과 결별했기 때문이다.

늘 만났던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사람들이 식상해한다. 강호동이 김종민과 만나면 결과물이 뻔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정서 같은 거다.

‘유플래쉬’나 ‘뽕포유’에서는 유재석이 만나지 않은 사람들과 엮여 음악 도전에 나선다. 뮤지션들의 작업실에 다소 이질적인 유재석은 어김없이 나타난다.

이는 ‘무도 가요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무도 가요제’는 무도 멤버들이 각각 뮤지션을 만나 노래를 만들어 가요제에 참가하는 형식이지만, ‘유플래쉬’는 유재석이 손스타에게 배워서 친 드럼 비트에 수많은 뮤지션들의 음악적 요소가 얹혀지고 섞여 점점 그럴듯한 음악으로 완성돼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전문가인 유재석과 전문가인 뮤지션과의 대화는 교양(예술)과 예능 모두를 건드릴 수 있다. 이는 악기의 특성을 보는 재미 등 지금까지 잘 다루지 않았던 음악예능이다.

특히 거절할 수 없는 톤으로 말하는 기타리스트 한상원의 제안에 따라나섰던 유재석이 클럽 공연에서 기대 이상의 드럼 실력을 보여준 것도 ‘유플래쉬’에서나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이다.

‘뽕포유’도 유재석이 얼떨결에 트로트 가수로 무대에 서는 과정도 재미있었지만, 기성 트로트 가수와 작곡가들의 속물적이거나 실용적인 조언, 또는 부추김이 의외의 웃음을 낳았다. 유재석의 트로트 작곡가 박현우와 ‘안동역에서’의 가수 진성, 작사계의 백전노장 이건우 등과의 만남은 새로운 재미를 주었다.

특히 이건우는 방송 천재다운 면모를 뽐냈다. ‘합정역 5전 출구’ 가사를 의뢰하기 위해 찾아간 유재석에게 “기기 막히다”고 해놓고, 정작 가사는 유재석이 거의 다 만들게 했다. 전문 작사가가 비전문가(사실은 노래를 부를 가수다)의 머리를 통해 작사를 하는 것, 이건 받아먹기 대가이자 예능이 뭔지 아는 프로페셔널의 면모다.

‘뽕포유’는 ‘미스트롯’이후 트르트 붐에 편승한 기획물이지만, 트로트 경연이 아니라 트로트가 가진 ‘뽕필’ 요소와 현대화, 다른 장르와 잘 어울리는 트로트의 속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큰 반응을 낳을 수 있었다.

‘뽕포유’에서 유산슬이라는 예명으로 트로트가수에 도전하는 유재석은 특혜를 받았다고 하자, “내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어쨌든 유재석과 프로그램 모두 반사이득을 얻었다. 여기에는 뒤에서 슬쩍 웃고 있을 김태호 PD의 의도도 물론 들어가 있다.

유재석의 도전 방향은 앞으로도 자명해진다. 유재석이 자주 만났던 사람들과는 결별하고 안만났던 사람들과 엮어 ‘날 것’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대중들이 원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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