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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오만한 여당과 어쩔줄 모르는 야당

총선이 6개월 남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정기국회가 회기를 마치면 20대 국회는 사실상 마무리 되고 밑그림을 그리지 못했던 정계개편의 회오리가 몰아칠 것이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몰아쳤던 정계개편 태풍은 많은 정치인들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과반의석을 자신하며 180석까지 내심 바라던 새누리당은 과반에 한참 미달하는 성적표를 받아들며 참패했고, 그 뒤로 1년여의 여파를 거쳐 정부수립 이후 가장 강력한 고정지지층을 가지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당하고 보수는 참혹한 2년여의 겨울을 맞이했다. 그 사이 득세한 진보진영은 적폐청산이라는 무서운 칼바람을 통해 이해찬 대표의 20년 집권론과 총선 싹쓸이론 등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한번 오만에 빠진 세력이 수성전으로 선거의 승리를 가져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세력들이 각자의 명운을 걸고 치르는 선거에서 타성에 젖은 성공방정식들은 패배를 가져왔다.

조국 사태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여권의 수성 전략의 실패다. PK출신의 대선주자를 만들어 PK의석을 가져오며 호남을 석권하고 수도권에서의 우세를 얹어 승리하는 검증된 필승 방정식을 차근차근 준비해오던 여권이 돌출된 자기모순 속에서 몰락한 것이다. 상대 진영을 도덕적으로 힐난하며 집권 3년 차에도 정책적 성과가 아닌 도덕적 우위로 선거를 이겨보려고 했던 얕은 선거전략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었다.

그 전략 하에 선거를 이끌어야 할 아이콘도 급조했다. 2년 남짓한 기간 사이에 정치 안하겠다던 훤칠한 외모의 법학자는 민정수석에 보임되고 대통령 곁에서 텀블러로 커피를 들이키며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었다. 최근에는 SNS활동을 늘려가며 야당에 친일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노력하며 여권의 투사로 거듭났다. 법무부 장관직을 통해 검찰개혁이라는 정치적 성과물 까지 씌워주기 위한 투자의 끝자락에서 경험한 그의 첫 좌절까지도 그가 자녀들에게 스펙을 만들어주기 위해 했던 노력과 착시를 일으킬 정도로 완전하게 닮아있다. 조국 장관은 여권의 선거기획 속에서 만들어진 인물이었다.

이제 민주당도 새로운 기획으로 선거에 임해야 할 것이다. 젊을수록 진보를, 나이가 많을수록 보수를 선호한다는 가장 간단한 문법조차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민주당과 범진보진영이 어떤 파격을 시도할지 궁금해진다. 앞으로 남은 6개월 간 정치세력들은 각자의 타성과 호사가들이 이야기하는 성공방정식에 맞서 새로운 비젼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이 미리 공지한 상향식 공천은 2016년의 새누리당 공천에서 확인됐듯이 대통령이나 친위세력이 개입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순간 파멸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한다. 대구에서 유승민계 의원들을 쳐내기 위해 친위세력은 ‘진실한 사람들’이라는 황당한 이름으로 선거에 개입했고, 순리로는 쳐낼 수 없는 유승민 의원을 제거하기 위해 막무가내로 공천칼질을 했다. 그에 항거하던 대표는 직인 날인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활극의 마침표를 찍었다. 공천 싸움이 민주당의 예고된 미래다.

보수도 무조건 통합하면 표가 갈라지지 않아 승리할 수 있다는 근거없는 선거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탄핵 이후 새로운 경제, 교육, 안보 정책 하나 없이 여당의 실책을 발판으로 선거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독버섯과도 같은 자만이다. 오히려 탄핵에 대한 찬반보다 더 통합이 어려운 지점은 다변화된 연령대이다. 공교롭게도 20대가 새로운 보수지지층의 진원지가 되면서 지금까지 50대 이상의 문법으로 정치를 해온 야당이 20대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영호남 갈등의 수혜자나 피해자가 되어보지 못했던 세대에게 영호남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전쟁과 민주화운동을 경험해보지 못한 20대에게 종북과 독재의 담론은 아득한 이야기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보수정치인들 중 젠더이슈나 난민문제, 공정과 정의의 문제에 대한 담론을 밀고 나가는 정치인은 가뭄에 콩나듯 있다. 보수가 일신하고 진지를 재구축 하려면 탄핵에 대한 찬반을 통합해 내는 것보다 젊어진 보수층의 담론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과 학습이 병행돼야 한다.

오만함과 공천싸움이 명약관화인 여당과 새로운 지지층을 놓고 어쩔줄 몰라하는 야당 중에서 자신의 문법과 타성을 먼저 깨는 용기를 가진 집단이 다음 총선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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